최근 경찰에 검거된 범인들 중 상당수는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검거돼 "PC방이 범인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범인을 잡으려면 PC방에 가 보라"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
범인들이 PC방을 선호하는 것은 "대한민국은 지금 게임 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 열기가 뜨거운 것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PC방이 단순히 게임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공간에서 영화.음악은 물론 비즈니스 일반에 이르기까지 여럿이 일과 휴식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되면서 범인들이 도피처로 선호하고 있는 것.
최근 PC방에서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가 검거된 대표적 범인이 성폭행범으로 악명을 떨친 `발바리`다.
발바리는 10여년간 전국의 부녀자를 연쇄 성폭행한 희대의 성폭행 강도범이다. 경찰은 애초 그가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은 주변 탐문 조사를 통해 발바리가 평소 온라인게임을 즐긴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해당 게임에 접속해 `인터넷 잠복`을 시도했다. 경찰은 일주일 이상을 게임 세상에 잠복해 있다가 발바리가 접속했다는 것을 파악한 후 IP를 추적해 지난 19일 서울 천호동의 모 PC방을 급습해 잡았다.
당시 발바리는 지인의 아이디를 통해 이 게임에 접속해 있었다. 발바리가 한 게임 방식은 RPG였다. 이 게임은 영화 <홀리데이> O.S.T를 게임 시작 화면 및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는 등 영화의 감동을 게임으로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싱글 액션 게임이다.
또 올 초 강원도 전방부대에서 발생한 총기 탈취 사건의 용의자도 이달 5일 PC방에서 검거됐다. 군경 합동수사반은 구랍 강원도 전방부대에서 총기를 탈취한 후 도주했던 이들에 대한 탐문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 이 모 씨 등 두 명이 전주와 울산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현장을 덮쳐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6월에는 아프리카 가나공화국 테마시 테마항에 정박하고 있던 450톤급 어선의 조타실을 쇠망치로 부순 후 도망쳤던 김 모 씨가 귀국해 수원의 모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IP 추적을 한 경찰에 덜미가 잡힌 바 있다.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가 검거되는 경우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다. 지난해 7월 대만 조폭계의 우두머리인 장시밍이 한국의 온라인게임 <리니지> 를 하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타이완 경찰은 장시밍이 리니지에 깊이 빠져 있는 점을 알아낸 후 인터넷 프로토콜, IP 주소를 추적한 끝에 체포했다. 장 씨는 11개의 IP 주소를 사용해 매일밤 리니지를 즐겼으며 음식 등 일상용품 구매도 리니지를 통해 부하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지난해 7월 말 제주에서 발생했던 성폭행범과 6월 중순 친구의 초등학생 딸을 납치 살해한 범인도 모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불잡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PC방을 도주범들의 안식처로 보고 향후 검문 검색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범인들이 게임방에서 많이 검거됨에 따라 온라인게임 업체의 협조를 얻어 수배자들에 대한 IP 추적 작업을 계속 벌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소 중지 중인 용의자들의 사회 활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고, 게임방은 혼자서 시간 때우기에 최고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에 범인들이 잘 애용하는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