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일 오후 6시 40분 김해발 제주행 KE1025편. 비행기 타기 전에 이미 술이 취해 있었던 40대 윤 모 씨는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자해 소동을 벌였다. 윤 씨는 말리는 승무원 2명과 지상 근무 직원 2명을 폭행하고 기내 음료 서비스용 테이블을 파손했다. 순간 기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한항공은 이 승객의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했고, 부산 강서경찰서는 폭행과 재물손괴죄를 적용해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 씨는 지난 2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거친 후 구속됐다.
세계화 시대라고 한다. 그래선지 해외 여행객이 넘친다. 지난해 해외 여행객 수는 600만 명을 넘어섰을 만큼 급증 추세다. 그렇지만 이와 반비례하는 것이 있다. 기내 에티켓이다. 인내의 도를 넘어선 에티켓은 이제 실종 단계다. 술주정에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 양말을 벗고 다리를 남의 좌석 손받이에 얹는 것은 예사다. 안전벨트를 매라는 기내 방송은 `나 몰라라`다.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아니다. 기내는 곧 지옥이다. 승무원들이 본 기내 꼴불견 백태다.
■술과 함께면
항공기는 대폿집이 아니다. 그런데 비행기만 타면 마구 들이마신다. 술에 취해 손님끼리 싸우거나 승무원들을 귀찮게 하는 손님까지 있다. 반말은 예사다. "야, 술 가져와??"
이런 승객들이 취기가 오르면 기내는 노래방이 따로 없다. 모두들 곤히 잠든 기내에서 큰 소리로 떠들 뿐만 아니라 노래까지 부른다. 승무원들이 제지해도 들은 척도 안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기내 난동은 모두 61건(KAL 50건.아시아나 11건)이다. 이 가운데 음주로 인한 난동이 22건(KAL 20건.아시아나 2건)이다. 남 모 기장(아시아나항공)은 "기내에서 술을 마시면 기압과 산소가 낮아 빨리 취할 뿐만 아니라 배뇨량이 늘고, 탈수 현상이 나타나 뇌 중추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우린 에티켓 몰라
휴대폰 통화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내용도 별게 아니다. "야, 나 지금 도착했다. 너 어디 있냐", "야, 나 지금 출발하는데 몇 시까지 나와" 등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첨단기기를 사용하는 항공기 안전 운항상 기내 휴대폰 사용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 이.착륙 때마다 수도 없이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하지만 좀체 나아지질 않고 있다.
또 나만 편한면 된다는 사람도 줄지 않는다. 기내에서 양말을 벗고 있는 승객 옆에 앉으면 고린내가 코를 찌른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다리를 쫙 벌리고 앉거나 꼬고 앉는다. 다리를 앞자리 손받이에 슬며시 올려놓는 사람도 있다. "양말 좀 신어 주세요." 승무원 말에도 아랑곳없다.
뭐가 그리 바쁜지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짐 챙기기에 바쁘다. 출구가 열리면 먼저 나가려고 삽시간에 출구에 사람이 몰린다.
대한항공 승무원 정 모 양(28)은 "외국인들이 옆에서 몰상식한 장면을 보고 있을 때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여행객들은 기내 에티켓에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기내 난동 비행기 영원히 못 타
2002년 10월 `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이하 항공안전법) 제정에 이어 지난해 7월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이 발효됐다. 개정안은 기내 소란 행위나 흡연, 주류 음용 및 약물 복용 후 타인에게 위해를 초래하는 행위, 성적 수치심 유발, 휴대폰 등 전자기기 사용 등에 대해서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단 기내 난동을 부린 승객은 `감시 승객`으로, 기내 난동 3회 때에는 `기피 승객`으로 각각 분류된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기내 난동으로 구속된 윤 씨를 `감시 승객`으로 분류, 블랙리스트에 올려 탑승과 예약을 거부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기피 승객이 되면 `삼진아웃제`가 적용돼 항공기 탑승은 물론 예약조차 거절되며, 승객이 보유한 잔여 마일리지에 대해서는 항공사가 정한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배상하고 제휴사의 마일리지 누적도 금지된다.
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