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캡틴` 이종범(36.기아)이 알토란 같은 플레이로 드림팀Ⅶ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상대의 흔들리는 기색이 있다 싶으면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놓치지 않고 벤치에서 작전이 걸리면 100% 임무를 수행한다.
이종범의 진가는 25일과 26일 한국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25일 1차전에서 드림팀Ⅶ의 톱타자로 출전한 이종범은 1-1 동점이던 3회 1사 1루서 롯데 선발 이정민으로부터 깨끗한 중전안타를 뽑아내 찬스를 이어갔다. 1회 3타자 연속 삼진을 비롯 2회까지 3타자씩만 상대했던 이정민은 3회 들어 박진만의 강습타구를 3루수 마이로우가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자 갑자기 흔들렸다.
후속 김종국의 좌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 뒤 이종범이 흔들리는 이정민의 어깨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드림팀은 후속 이병규의 내야땅볼로 갑벼게 역전에 성공했고 3번 이승엽의 중전 적시타로 3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5회 무사 1.2루에서는 침착히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켜 이병규의 2타점 적시타를 엮어냈다. 이종범의 방망이가 득점의 연결고리 노릇을 톡톡히 한 셈.
2차전(26일)에선 화끈한 장타와 빠른 발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0-2로 뒤지던 5회 6번 박용택 대신 대타로 기용된 이종범은 롯데 2번째 투수 좌완 장원준의 5구째를 끌어당겨 좌측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후속 송지만의 타구를 유격수 박기혁이 더듬는 실책을 틈타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자신의 안타 하나로 추가점을 올리는 데 성공한 것. 이종범은 2경기에서 5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이종범은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다잡는 데 앞장 서고 있다. 이치로의 `30년 망언`이 터졌을 때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라. 우리 팀에만 집중하자"며 선수단을 다독였다.
이종범은 틈만 날 때마다 "WBC에서 2003년 삿포로 아시아 선수권대회의 악몽은 없을 것"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그리고 날카롭게 빛나는 그의 눈매에선 굳은 결의가 엿보인다. 대표팀에서 이종범 위로는 구대성(37.뉴욕 메츠)뿐이다. 어느덧 팀내 최고참 수준까지 오른 이종범의 WBC는 `복수혈전`의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