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고도 미묘하도다. 간첩은 쓰여지지 않는 곳이 없다. (微哉微哉 無所不用間也·孫子兵法 第十三 用間篇) 간첩을 삼아서 반드시 큰 공을 이루는 것은 용병의 요결이요. 삼군이 믿고 움직이는 바다. (爲間者 必成大功 此兵之要 三軍之所恃而動也·孫子兵法 第十三 用間篇) “집 떠나온 지 10여 년/부모와 생이별하고/아내는 홀로 쓸쓸한 방을 어떻게 지키고 있을까?”
어디서 들려오는 구슬픈 노랫가락인가. 강동의 젊은 군사들은 애간장이 끊어질 듯했다. 언뜻언뜻 눈앞을 스쳐 가는 고향의 부모·아내·형제들. 모든 걸 잊고. 다 내팽개치고 그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기원전 203년 12월. 초의 10만 군대는 해하에서 한신이 이끄는 한의 30만 군대에게 겹겹이 포위됐다. 밤이 되자 초 군영 사방에서는 애달픈. 초의 노래가 흘러나왔다(사면초가·四面楚歌). 슬프디슬프게 울부짖는 듯한 그 노래는 초의 군사들 마음을 파고들었다. 처연해진 군사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군사들은 말 없이 잇달아 항우의 곁을 떠났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를 뽐내던 초 패왕 항우였건만 권토중래의 권유를 뿌리치고 오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400여 년이 흘러 재연됐다. 삼국시대 오의 여몽은 이 모략으로 촉의 관우를 울렸다. 형양 전투에서 여몽은 촉 병사들의 가족과 친지를 동원. 아들과 형제들의 이름을 부르게 함으로써 촉의 군심을 흐뜨렸다. 흩어진 군심은 돌이켜지지 않았다. 촉 군병은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 떠나갔다. 관우의 애타는 목소리만이 공허하게 허공을 갈랐다. 천하에 위세를 떨쳤던 관우에게 남은 길은 항우의 뒤를 밟는 것뿐이었다.
사면초가... 노래로 주위 사람들 마음 흔들기 전략 적중
박찬욱·차승원·김태희. 그들이 누구인가. 영화감독과 영화배우로서 나름대로 독보적 지경에 오른 톱스타들이다. 그 셋이 한결같이 같은 노래를 늘 흥얼거린다. “나는 에쓰 오일. 에쓰 오일. 에쓰 오일 …. 에쓰 오일이니까~!” 박 감독은 영화 촬영을 하며. 차승원은 헬스클럽에서 바벨을 들면서. 김태희는 의상실에서 옷을 고르며 자신들도 모르게 에쓰 오일 CM송을 부르고 있다.
에쓰 오일 ‘100인의 카레이서’ 편은 열여섯 가지 용간법(用間法) 가운데 하나인 가간(歌間·兵經百字 間者)이 떠올려진다. 이 CF는 세 명의 톱스타 모델이 일상생활에서 늘 흥얼거리는 노래에 마음이 흔들린 주위 사람들-조감독·트레이너·친구-도 호기심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에쓰 오일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세 가지 버전의 멀티 형식으로 담고 있다. 가간은 음악이나 노래를 이용. 상대의 사기를 저하시킴으로써 적군을 와해시켜 승리의 개가를 올리는 것이다. 둘 모두 심리에 공략의 초점을 맞춘 공심계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탕왕은 밭 갈던 이윤을 맞이하여 하 걸왕을 토벌하고 상(은)을 세웠고. 문왕은 낚시하던 강태공을 맞아 은 주왕을 응징하고 주를 건국했다. 오직 지혜로운 왕과 장수만이 간첩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다. 간첩을 잘 부리는 것은 용병의 중요한 비결이요. 대첩의 바탕이다. 전문적 능력(박찬욱). 세련과 유머(차승원). 귀여움과 재치(김태희)가 연상되는 세 톱모델을 앞세워 구전(口傳) 마케팅을 펼치는 에쓰 오일의 흥미롭고 빼어난 전략은 일찌감치 성공 가능성이 내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