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독사` 최철한 9단. 최 9단은 지난 4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7회 맥심커피배 입신 최강전 결승 최종국에서 시간패라는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국내 바둑 대회 사상 결승에서 시간패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최 9단과 이세돌 9단은 1승 1패를 기록, 장군 멍군을 부르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왔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실수로 인해 최 9단은 우승컵을 놓쳤고, 반대로 이 9단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횡재`한 셈이다.
상황은 이렇다. 백을 쥔 최 9단은 초반 포석을 끝내고 중반 전투에 돌입할 무렵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순간 시간을 체크하던 계시원은 이 9단의 흑 시간승을 선언했다. 이때까지 놓인 돌은 단 69수.
최 9단이 대회 규정을 착각했기 때문이다. 맥심배는 제한 시간 없이 40초 초읽기 1회만 주어진다. 이를 잊었던 최 9단은 결국 40초를 넘기고 말았으며,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프로기사의 대국에서는 여간해서는 시간패가 나오지 않는다. 프로 입문 전단계인 연구생 시절부터 수많은 기보 연구와 함께 시간을 체크하는 것을 생활화해 거의 몸에 밴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년에 한두 차례 시간패는 나온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마저도 예선이나 본선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최 9단은 대국 후 멋쩍은 웃음으로 허탈함을 대신했고, 이 9단도 "우승을 해서 기분은 좋다. 하지만 당황스러웠다. 프로기사 생활을 하다 보면 간혹 시간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며 쑥스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