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로 현대차 그룹의 경영 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위기설이 정확히 어떤 연유로 흘러나오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
아이칸이 KT&G 경영에 간섭하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팔려 하고, 소버린이 SK의 경영권을 위협했던 일 등 외국의 헤지펀드가 신문 지면을 연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유수의 자산 운용사 부회장이 외국 헤지펀드의 적대적 M&A를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을 펴내 화제다.
저자는 이종환 마이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이 부회장은 쟈딘플레밍증권 등 월가에 기반을 둔 유명 금융사의 런던.홍콩 지점 등에서 주식.파생 상품.해외 채권 등을 거래한 국제 금융가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정글의 법칙` 사례들을 재구성해 놓아 극적 현장감과 함께 소설적 재미를 더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기업 사냥
소설의 제목 <매직 램프> 는 적대적 M&A를 위한 암호명이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오디세이는 전 세계 금융가를 휘젓고 다니는 헤지펀드. 오디세이의 창업자 오웬과 루퍼트는 한국의 M&A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내기로 계획한다. 여기에 독립심과 자존심 강한 박지수가 오디세이의 한국 지점장으로 합류한다.
이들이 목표물로 정한 기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 세진기업과 인터넷 검색 보안업계의 1인자 마이티솔루션. 오디세이는 전환사채와 주식 매수를 통해 세진에 비싼 값으로 되팔 궁리를, 마이티솔루션을 주식 매수후 외국회사에 넘기려고 작업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 조치, 조직폭력배 협박, 내부의 배신자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동문들 소설의 등장 인물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들은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막강한 정보력과 인적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동물적 감각(killer instinct)을 갖고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오웬은 사업 정보를 찾거나 긴급 자문을 구할 때는 하버드 MBA 인맥들을 최대한 동원하고, 그의 동문들은 오웬을 기꺼이 도운다. 그들은 서로서로 도울 때 자신의 이익이 최고치에 이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사업을 펼칠 때는 하버드 출신 세계은행 연구원의 자문을 얻고, 미-북한 간에 날카로운 대립으로 세계 증시가 휘청거릴 때는 중국과 일본의 전문가를 즉시 호출한다. 또 수조원의 자금을 동원할 때는 하버드 출신 대기업 회장들의 도움을 얻기도 한다.
■무수한 금융 용어는 정교한 무기와 전략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금융 전문 소설답게 무수히 등장하는 금융 전문 용어들이다. 주식거래에 등장하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순이익(EPS)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경제 용어. 여기에 전환사채 발행 건에서 보면 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소한(?) 풋(put)과 콜(call) 조항,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황금낙하산 전략(golden parachute) 등은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 에 나오는 정교한 무기나 전술을 방불케 하는 장치로써 묘사되고 있어 재미를 더해 준다.
■적대적 M&A 비난보다 대책 절실
수십 년간 국제 금융 무대에서 활약한 저자는 "소설의 주 무대를 한국의 M&A시장으로 설정한 것은 한국에서 이미 M&A시장이 도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적대적 M&A를 마냥 백안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우리 앞마당에서 늘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여론을 동원한 마녀 사냥식으로만 해결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단정하고 있다.
저자는 "선진 금융 기법, 막강한 법률가, 강한 로비력으로 무장한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저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애정 어린 당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