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스스쿨(이하 배스스쿨)은 낚시업계에서 유일한 교육 기관이다. 10년 전에 설립돼 이달(13일)에 100기 수강생을 배출한다. 지금까지 스쿨을 거쳐간 인원만 1200여명. "스포츠피싱 좀 한다"는 사람은 대부분 이 스쿨을 거친 셈이다.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배스낚시는 1973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치어 500마리가 국내에 수입된 이래 70년대부터 `민물의 왕자`로 군림해 왔다. 배스낚시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낚싯대를 부러뜨릴 것 같은 강력한 파워.
덕분에 배스는 루어낚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상이며 스포츠피싱의 대명사다. 국내 배스낚시 저변은 3만~4만 명. 예전에는 값비싼 장비 때문에 조금은 멀게 느껴졌지만 요즘은 국산 장비의 고급화와 배스스쿨 덕에 입문이 어렵지 않다.
▲배스전용 보트에서 캐스팅하고 있는 김종현씨.
연둣빛을 품은 자작나무 여린 잎이 의암호 수면 위에서 살랑거린다. "휘리~리리링." 배스낚시꾼이 날린 스피너베이트(Spinnerbait : 물 속에서 회전하는 인조 미끼) 한 조각이 호반의 침묵을 깨고 수면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황사가 물러간 지난달 27일 오후 춘천 의암호 중도. 세상에서 가장 호젓한 낚시를 즐겼다.
인조 미끼를 쓰는 배스낚시는 강물을 더럽힐 염려도 없으며 주변 사람에게도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 또한 이리저리 움직이며 캐스팅(Casting: 루어를 던지는 것)하기 때문에 활동적이면서 배스와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는 멀티 스포츠다.
의암호 배스낚시는 99기 수강생을 홀로 교육시킨 이종건 배스스쿨 교장을 사부로 삼고, 김호섭(44).재헌(12).재준(10) 세 부자를 모델로 삼아 진행했다. 이 교장은 미국 유학 시절에 배운 배스낚시를 국내에 보급시킨 주인공이다. 스쿨은 1박 2일로 운영되는데 이론도 실전도 모두 물가에서 이뤄진다.
▲아버지와 아들, 삼부자 배스낚싯꾼. 김호섭씨(가운데).재헌.재준
"배스낚시는 캐스팅으로 시작해 캐스팅으로 끝난다. 고기가 어디가 있는지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점에 루어(Lure: 인조 미끼)를 떨어뜨려야 하니까.”
"사실상 전부"라는 캐스팅은 초보자에게는 조금 버겁다. 베이트대(Baitrod)와 베이트릴(Bait Reel)을 사용하는데 낚싯대를 머리 위로 들어올려 반동을 이용해 루어를 던지는 것은 보통의 릴낚시 방법과 같다. 하지만 낚싯줄이 풀릴 때 스풀(Spool: 릴에서 낚싯줄이 감기는 실패)의 회전을 순전히 엄지손가락의 감으로 조절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서밍(Summing)이라고 하는데 제때 제동을 걸지 않으면 스풀이 멋대로 돌아가 줄이 엉키고 만다.
일단 캐스팅을 배우고 나면 챔질이 중요하다. 챔질이야말로 경력을 말해 주는 고도의 테크닉. 이 교장은 "낚싯꾼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돼야 한다"며 "뱀이 많은 낚시터라면 뱀이 돼야 하고, 지렁이가 많은 곳이면 지렁이가 돼라"고 이른다.
■부르주아 낚시?
오전에는 캐스팅 연습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후가 되니 춘천에서 낚시 숍을 하는 김종현씨(프로 경력 9년)가 배스 전용 보트를 끌고 합류했다. 보트를 타고 의암호 앞에 떠 있는 상중도와 하중도의 가장자리를 훑어 가며 루어를 던지는 선상 낚시다. 그러나 국내에서 배스 전용 보트는 기껏해야 200여 대, 결코 일반적 낚시는 아니다. "부르주아 낚시"에 기자도 살짝 끼었다.
"보트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돈 있다고 하는 낚시는 아니에요. 뭍이든 보트든 포인트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거든요. 또 원하는 지점에 루어를 던져야 하기 때문에 쉼없이 캐스팅을 해야죠.”프로 조사의 한마디.
배스 전용 보트는 배의 앞부분 갑판에 전동 모터를 이용해 프로펠러를 움직이는 페달이 있다. 배스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주동력 외에 조용한 보조 동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배스를 낚는 방법은 배스의 성질을 건드리는 게 최고란다.
"배스는 배가 부르든 안 부르든 다른 놈이 자기 눈앞에 있는 먹이를 가로채는 걸 못 보거든요. 그런 성질을 잘 이용한 게 베이트라고 할 수 있죠. 베이트는 블레이드(Blade: 물 속에서 회전하는 금속 미끼)와 훅(Hook)으로 구성되는데 훅에 달려 있는 고기 모양의 미끼가 블레이드를 쫓아가는 형국이에요. 욕심 많은 배스가 이걸 못 참고 덜컥 훅을 물게 되는 거죠.”
■"네가 뱀이 되~어라”
멀쩡한 사람한테 "뱀이 돼라"는 사부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수초 사이로 웜(Warm: 지렁이 모양의 소프트 플라스틱 루어)을 날렸다. 봄철 배스는 가장자리로 많이 나온다. 먹잇감이 많고 호수 가장자리가 햇볕이 잘들어 포란하고 있는 알을 숙성시키기 좋기 때문이다.
배스는 수온이 오르면 활동력이 왕성해진다. 특히 산란기인 봄에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수온이 높은 얕은 물에서 수초를 뒤지며 먹이를 찾는다. 수초와 배스의 관계는 `삼겹살과 야채`의 관계로 배스가 가장 좋아하는 은폐물이자 식당이다.
캐스팅에 열중하는 사이 김종현씨가 한 놈을 걸었다. 사이즈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낚싯대가 포물선을 그리며 휜다. 유난히 큰 입 때문에 `민물 대구` 같아 보이기도 하고, 배 옆에 박힌 검은 줄은 쏘가리를 연상시킨다.
의암호는 대물보다는 마릿수 조과가 짭짤한 포인트. 큰 놈은 경북 안동호에 많이 있단다. 김종현씨가 이날 잡은 다섯 마리도 약 30㎝ 내외. 한때 배스는 `종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법자`로 잡아 없애야 한다고 인식됐지만 낚시꾼들에게는 대상어로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두 놓아 주었다.
■배스낚시 장비
▲(왼쪽부터)스피너, 베이트
▲베이트(Bait): 몸체.블레이드(blade).훅(hook)으로 구성된 미끼. 블레이드가 60도 각도로 회전하면서 고기를 유혹하는 배스 전용 미끼로서 V형 철사에 한 개 또는 두 개의 블레이드가 달려 있다.
▲베이트대(Baitrod): 배스낚시 전용 낚싯대로 베이트 릴과 한 세트. 장애물 돌파가 가능한 굵은 낚싯줄과 무겁고 큰 루어 사용에 용이하고, 파워 있는 큰 고기와 승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베이트 캐스트 릴(Bait cast reel): 배스낚싯꾼이라면 누구나 사용하고 싶어하는 릴. 스피닝릴에 비해 조력이 강하며, 무거운 루어(7~28g)와 굵은 낚싯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베이트릴은 베이트릴이 백래시(Back Lash: 낚싯줄이 반대로 감기어 엉키는 현상)를 일으키기 쉬워 다루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10년 전 설립 100기 수강생 배출
■한국배스스쿨(www.bassschool.org)
스포츠피싱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수강한 적이 있는 권위 있는 배스 스쿨. 한 달에 한 번꼴로 1박 2일로 진행되며 첫날은 루어 이론과 장비 사용법, 이튿날은 캐스팅 위주의 실습이 진행된다. 이종건 교장이 일대일 방식으로 교육하며, 보통 수강 인원은 10명 안팎이다. 오는 13일 청평에서 열리는 100기 스쿨은 10주년 기념 행사와 함께 진행된다. 수강료는 세 끼 식사와 숙박을 포함해 8만원이며, 전화 예약을 통해 선착순 접수한다.
장비(베이트대.베이트 캐스트 릴.베이트 등)를 포함한 교재는 무료로 대여해 주며, 교재는 스쿨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