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사이클 황제의 부활 '위대한 조연' `크리스 카마이클`편
병사 보기를 사랑하는 아들과 같이 하라. 사랑하되 능히 명령하지 못하면 마치 교만한 아들과 같아서 가히 쓸 수 없게 된다.
(視卒如愛子 愛而不能令 譬如驕子 不可用也: 孫子兵法 第十 地形篇)
장수가 병사들에게 거듭해서 은근하게 천천히 말하는 것은 신망을 잃은 것이다.
(諄諄翕翕 徐與人言者 失衆也: 孫子兵法 第九 行軍篇)
<오자(吳子)> 를 남긴 오기는 위(魏)의 장군 시절 늘 병사들과 똑같은 옷과 음식과 잠을 입고 먹고 잤다. 병졸 하나가 종기가 나자 오기는 기꺼이 그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 낫게 했다.
이광은 한(漢)의 명장이었다. 이광은 왕의 하사금을 받으면 고스란히 부하들에게 나눠 줬다. 음식도 늘 군사들과 함께 똑같은 걸 먹었다. 진정 마음으로부터 이광을 따른 병사들이 그의 말이라면 목숨을 내던졌음은 물론이다.
이정은 당(唐) 초기 빼어난 군사가였다. 이정은 두 번씩이나 이연(당 고조)의 눈 밖에 나 죽음의 기로에 섰다. 이정은 그때마다 아들 이세민(당 태종)을 비롯한 신하들의 만류를 받아들인 이연의 용단에 의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정은 후에 개주와 통주 전투에서 대승을 거둬 당의 기틀을 다져 성은에 보답했다.
손자는 군사를 통솔할 때 반드시 은혜와 위엄을 동시에 구사할 것을 강조했다. "인후와 사랑이 한도를 지나쳐 명령이 통하지 않고 기강이 문란해져 다스리지 못하면 그 군대를 어디에 쓰겠는가"라고 경고했다. 덕과 위엄을 함께 구사하고(德威幷施.덕위병시), 은혜와 위엄을 병행(恩威幷施.은위병시)하는 것은 역대 장수와 군주가 중시한 통치 모략이다.
랜스 암스트롱이 누군가? 투르 드 프랑스를 7연패한 `사이클의 황제`다.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위업을 창출한 그는 한때 `바람 앞의 촛불`의 운명에 처했다. 1996년 고환암을 판정받아 저승의 문턱 앞에 이르렀다. 그랬지만 되살아나 오히려 `은륜의 제왕`이 됐다.
어떤 힘이 작용해 암스트롱은 죽음을 거부하고 재기에 성공,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금자탑을 쌓았을까? 삼성생명의 기업 이미지 CF `a partner for life` 시리즈의 `크리스 카마이클` 편은 그 하나의 원동력을 밝히고 있다. 삶의 의지를 잃은 암스트롱을 다그쳐 다시금 안장에 앉게 한, 그의 트레이너 카마이클의 전의에 찬 한마디를 담았다.
카마이클은 암세포가 온몸에 번져 병상에 누운 암스트롱에게 일갈했다. "일어나, 달리라고! 그까짓 암덩어리에게 질 수는 없잖아." 쓰러지기 전 아버지 같이 자상했던 카마이클은 온데간데 없었다. 도리어 위엄을 갖춰 무섭기까지 했다. 격려의 일침에 암스트롱은 병마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이적을 일으켜 카마이클을 감동시켰다. 카마이클은 외쳤다, 감격의 눈물을 흩뿌리며. "넌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됐다."
암스트롱이 양이라면 카마이클은 음이었다. 그래도 카마이클은 서운해하지 않았다. 아니, 그게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고 여겼다. 양이 다하려 할 때 그 뒤를 받쳐 존재를 잃지 않도록 했다. 파트너 음이 심어 준 의지와 용기, 양은 다시 떠올랐다.
삼성생명의 기업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컨셉트를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다. 평소에는 고객의 뒤에서 받침대 구실을 하다가, 고객이 어려움에 처하면 이끌어 주는 동반자 역을 강조하는 삼성생명의 `a partner for life`를 담백하게 표현했다.
너그러움과 엄격함이 조화를 이룸(관맹상제.寬猛相濟)은 시대를 초월한 지도 방식이다.
최규섭 기획취재팀장 오자(吳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