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 현대 감독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고민했던 것 중 하나는 마무리 투수였다. 2002년부터 붙박이로 뛰었던 조용준이 어깨 수술을 받아 올 여름에야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마무리로 낙점한 투수는 지난 시즌 중간 계투로 11승을 올린 황두성. 그러나 황두성은 첫 등판인 4월 9일 SK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는 등 극도의 부진을 보이다 개막 닷새 만에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그 다음으로 김 감독의 눈에 띈 투수는 7년차 우완 사이드암 박준수(29)였다. 처음에는 "박준수가 붙박이는 아니다. 이현승 이동학 신철인 등과 함께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겠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4월 13일 수원 삼성전에서 첫 세이브를 신고한 박준수는 4월 한 달간 2구원승 4세이브를 수확하며 어느새 주전 마무리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5월 들어서도 박준수의 활약은 이어졌다. 지난 주중 롯데와의 홈 3연전에서 사흘 연속 세이브를 올려 현대가 주말 삼성전에서 시즌 두 번째 6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데 밑거름을 제공했다. 8일 현재 14경기에서 2구원승 7세이브(공동 3위), 평균자책점 0.89의 빼어난 성적. 현대의 돌풍에는 유한준 이택근 등 타자들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박준수의 든든한 마무리도 빼놓을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간스포츠(IS)와 제일화재해상보험㈜은 지난주 3경기에서 모두 세이브(4이닝 1실점)를 따내며 팀의 연승 행진에 기여한 박준수를 5월 첫째주 주간 MVP(상금 50만 원)로 선정했다. 2000년 입단 후 허리(2001년)와 어깨(2003년)에 두 차례 수술을 받는 등 숱한 좌절과 무명의 세월을 이겨내 `인간 승리`를 이뤄냈다는 점도 후한 점수를 얻었다.
"고교 3학년(서울고)이던 1995년 봉황대기 우수투수상 이후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이제야 나의 존재감이 느껴지고 그동안 고생한 대가를 받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박준수는 "올시즌 컨트롤이 안정되고 슬라이더의 각이 좀더 예리해진 덕을 보고 있다. 마무리로 처음 나섰을 때는 너무 떨렸는데 이제는 점점 냉정을 찾고 있다. 아직 안타와 점수를 내주며 깔끔한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좀더 적극적이고 자신 있게 승부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뽑았나
이택근과 막판까지 경쟁
지난 주말 삼성과의 2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몰아친 현대 이택근이 주간 타율(.526).타점(9개).홈런(3개) 1위에 오르며 박준수와 `집안싸움`을 벌였다. 또 시즌 초반 슬럼프에서 벗어나 5할 2푼의 주간 타율을 기록한 LG 이병규와 2승 무패(평균자책점 3.00)의 한화 문동환,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의 KIA 강철민 등도 후보로 거론됐으나 팀의 마무리 공백을 튼실하게 메워준 박준수의 활약에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