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함브르크 토고 코치가 9일(한국시간)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지나칠 정도로 폭넓은 아데바요르의 움직임이 감독의 의도에 따를 것인지를 묻자 되돌아온 답변이다.
지난 2일 열린 리히텐슈타인전과 6일 열린 방겐 FC전에서 토고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아데바요르(22)의 폭넓은 움직임이었다. 아데바요르는 그야말로 '미친 듯' 그라운드를 사방을 헤집고 다녔다. 장신의 스트라이커가 대개 최전방에 붙박이로 서서 골을 터트리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아데바요르는 공격 최전방부터 수비형 미드필드의 자리까지 바쁘게 오가며 경기를 이끌었다.
초등학교 축구에서나 있을 법한, 상식과는 거리가 먼 움직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데바요르는 가장 위협적이고 돋보이는 기량을 뽐냈다. 두차례의 평가전에서 아데바요르는 미드필드부터 공을 잡고 두 세명을 제치고 사이드에 돌파해 수차례에 걸쳐 골과 다름없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쿠바자의 발끝에서 터진 리히텐슈타인전 결승골도 아데바요르의 감각적인 크로스 덕분이었다. 후방에 머문 듯 하면서도 적절한 시점에는 최전방으로 쇄도하며 수차례 위협적인 득점찬스를 만들었다. 두 경기를 모두 관전한 차범근 수원 감독은 "아데바요르의 후방 침투가 아주 날카롭다. 적극적인 협력 수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데바요르의 플레이가 전혀 흠집이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아데바요르는 경기중에 간혹 아지아워누, 로마오 등 동료 미드필더의 바로 앞에까지 달려가 공을 달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하는 등 마치 골목대장처럼 경기를 이끌었다. 아스널에서 활약하는 아데바요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결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데바요르가 완전한 '프리맨'으로 그라운드를 누빈 것은 상대가 FIFA랭킹 123위의 약체 리히텐슈타인, 동네 조기팀과 다름없는 방겐 FC였기에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으로서는 도무지 '예측불가능한 야생마' 아데바요르가 리히텐슈타인전이나 방겐 FC 때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