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탓인지 한층 밝아진 팀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이날 훈련은 회복에 초점을 맞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은 없었다. 토고전에서 뛰지 않은 선수들이 6대6 미니게임을 펼치고 있었다. 선수들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강조한 대로 1대1 대응능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필자가 유심히 살펴본 부분은 볼이 없을 때 선수들의 움직임이었다.
‘축구의 승패 여부는 볼이 없는 곳에서 좌우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볼을 갖지 않은 공격수와 수비수들의 움직임이 경기의 활로를 개척한다. 이날 훈련을 마친 후 수원에서 1년 6개월간 함께 지냈던 압신 고트비 코치를 만나 이 점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선수들의 이해도가 많이 향상됐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질 것이다”고 낙관했다.
▲프랑스 배후 뚫는 역습은 볼 없는 데서 이뤄진다
토고전에서 봤듯 한국 공격이 단조로웠던 것은 공격라인을 넓혔다 좁혔다하는 수축·이완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좌우 윙포워드들이 지나치게 측면에만 치우쳐 넓게 포진하다보니 중앙의 조재진을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서로 벌려 있으면 패스성공률도 떨어진다. 토고전에서는 16개의 슈팅기회를 잡았지만 프랑스전에서는 10개 미만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이 골을 넣을 수 있느냐는 역습에 달렸다. 역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볼을 갖지 않은 선수들이 스스로 공간을 만드는 약속된 플레이가 필요하다.
가령 볼을 가로채 역습을 시도할 경우 ①번 그림처럼 센터포워드는 먼쪽 골대를 향하고 중앙 미드필더들은 가까운쪽 골대를 겨냥하면서 움직여줘야 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볼을 주시하며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지그재그로 움직여줘야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볼이 있는 곳은 맨투맨. 볼없는 곳은 지역방어
지난 4일 가나전에서 패한 후 1대1 수비능력 배가에 힘쓰고 있지만 맨투맨 수비만으로는 프랑스를 막기 힘들다. 볼이 위치한 쪽(②번)에서는 강하게 압박하되 볼이 없는 반대쪽 선수들은 간격을 유지한 채 자신의 지역을 좁히며 지켜줘야 한다. 이때 사람을 쫓아다니는 우를 범한다면 한번에 넘어오는 롱패스에 역습을 내주고 만다.
그동안 한국 수비라인의 최대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다만 지역방어를 할 경우 항시 자신의 주변의 상대 선수를 자신의 시야에 담아둬야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프랑스전을 앞두고 좀더 활발한 공수 움직임을 위해 이 점을 선수들에게 주지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