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바둑의 개척자이자 산증인 조남철 9단(사진)이 2일 강남구 일원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3세. 고인의 유해는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장례는 5일 한국기원장으로 치러진다.
1923년 전북 부안군 줄포면에서 출생한 고인은 37년 십대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기타니 미노루 문하생으로 입문한 뒤 41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기원 전문 기사가 됐다. 일본에서 프로기사로 활동하다 44년 귀국한 고인은 해방 직후인 45년 11월 서울 중구 남산동에 한국기원 전신인 한성기원을 설립해 현대 바둑의 효시가 됐다.
고인은 48년 명인전 우승을 시작으로 국수전 9연패를 이룩하는 등 50~60년대 무적시대를 구가하며 한국 바둑을 이끌었다. 통산 30회 우승.
고인이 반상에 남긴 업적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어 일색이던 바둑 용어를 우리말로 옮겼고 <바둑에 살다> <조남철 회고록> 등 30여 권의 저서는 그 자체가 오롯이 한국 바둑의 역사였다. 고인은 바둑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89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상연 5단과 조치훈 9단 형제가 그의 조카로 집안의 단수를 모두 합치면 38단이나 된다.
최근 고인은 노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바깥 출입을 삼가고 집에서 칩거하고 있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충순(80) 여사와 딸 영수(54)·영민(51)씨, 아들 송연(49)씨 등 1남 2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