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던가. 세계 최고 카레이싱 대회 F1(Formula One)도 레이싱 카트부터라고 해도 될 성싶다.
1998~1999년 F1 2연속 세계 챔프인 하키넨은 "카트를 통해 파워 슬라이드·접근전 등 레이스의 기본인 모든 것을 배울수 있다"라고 했다. 2000~2003년 F1 세계 챔프 슈마허도 "카트는 드라이빙을 할 때 지면과 가장 근접하기 때문에 아주 미묘한 것이라도 전부 느낄 수가 있다"며 카트가 F1의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900마력, 최고 속도 시속 355㎞ 레이싱의 기분을 흉내 내기 위해 카트에 시동을 걸어 본다.
■게임 카트라이더의 위력
카트를 타러 간 곳은 포천 베어스타운 카트장. 본격적 레이싱보다는 안전하게 레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키가 140㎝ 이상이면 누구나 탈 수 있고 조작도 간단하다. 오른쪽 페달은 가속, 왼쪽은 브레이크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카트에 올랐다. 가속 페달을 밟지만 엔진 소리만 요란하고 앞으로 엉금엉금이다. 조금 긴장했는가 보다. 과감히 오른쪽 발에 힘을 주니 점차 속도가 나기 시작한다. 레저용 카트는 평균 시속 40㎞ 정도지만 전체가 개방되어 있고, 바닥과 4~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체감 속도는 3배에 달한다. 게다가 서스펜션 없이 차축과 바로 연결된 핸들이 요동치기 때문에 손에 잔뜩 힘을 주어야 한다.
핸들과 앞바퀴의 회전은 1:1 비율. 카트의 서킷(주행장)은 곡선 주로가 많다. 체감 속도가 만만치 않아 핸들을 급하게 꺾다 보면 차는 회전하거나 정지 상태에 다다른다. 그러나 차체가 워낙 낮아 전복의 위험성은 없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코스가 파악이 돼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보다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가속 페달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서킷에서 나와 카트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는데 초등생 한 명이 신바람 나게 타고 있다. 노련미가 묻어날 정도다. 그런데 웬걸! "카트는 처음"이란다. 의정부 신동초등학교 4학년 이기수군. 비결을 물어 보니 "(캐주얼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와 똑같아요"라며 싱글벙글이다.
하지만 카트장의 신웅식 팀장은 "카트라이더 때문에 팀원들은 오히려 초긴장 상태"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유행하는 드리프트 주행법
카트에서 곡선을 돌아 나가는 주행법 중에는 드리프트(DRIFT)라는 것이 있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스키드 자국을 내면서 뒷바퀴가 미끄러져 코너를 힘차게 도는 방법이다.
요령은 코너 진입 전 가속 페달을 떼었다가 코너에 들어섰을 때 힘껏 밟아 치고 나가면 된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은 상태로 기술을 구사하는 것을 파워 슬라이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며 구사하면 브레이크 드리프트라 한다.
그런데 이 기술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면 대부분 멈춰 서는 경우가 많아 뒤 차와 충돌 위험성이 있다. 신 팀장은 "게임 카트라이더에서도 이런 기술을 사용하는데 초등생들이 카트를 타면서 실습해 보는 경향이 많아 사고 위험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드리프트와 반대로 타이어를 미끄러뜨리지 않고 주행하는 것을 그립 주행이라고 한다. 타이어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고 힘을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레이스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카트의 장비
일반 자동차는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사이클로 이루어진데 반해 레이싱 카트의 경우엔 흡입+압축, 폭발+배기 2사이클로 이루어진다. 휘발유와 오일을 한데 섞어서 사용하며, 100㏄에 12마력의 엔진이 장착된다. 일반 자동차의 경우 2500㏄에 173마력 정도이니 리터당 2배 가까운 마력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안전을 위해서 헬멧과 장갑은 필수다. 장갑의 경우 핸들로부터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안쪽에 실리콘을, 돌 등이 튀어 손등을 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바깥쪽엔 우레탄을 각각 입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