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7월이다. 폭염이 몰아친 캘리포니아 팀 LA 다저스에 남아 있었어도 이 보다 더 나빴을까?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서재응(29)은 여름. 특히 7월에 약하다. 지난 해까지 7월에 통산 12경기에 등판해 61이닝을 던지며 승리 없이 6패에 방어율 5.61을 기록했다. 금년은 미 전역의 7월 기온이 지난해보다 더 뜨거워졌는데 서재응의 투구 내용도 더위에 지친 듯한 모습으로 속절없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재응은 올시즌 25일 플로리다 세인트 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벌어진 LA 에인절스전까지 7월에 모두 5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5전 전패다. 7월 통산 17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11패만을 기록하게 됐다. 더위 때문인가. 그런데 트로피카나 필드는 돔구장이어서 실내는 시원하다. 마이애미에 있는 내셔널리그 플로리다 말린스의 돌핀 스타디움에서는 요즘 오후 소나기에 열기가 더해져 거의 사우나 같은 조건 하에 경기를 펼치고 있다. 박찬호 등 한국인 빅리그 투수들이 마이애미 원정을 가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이다. 7월에 약한 서재응으로서는 새로운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가 돔이라는 점은 다행인데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서재응의 올시즌 마지막 승리는 LA 다저스 시절이었던 5월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광주일고 1년 후배인 콜로라도 김병현과 맞대결을 펼쳐 시즌 2승째를 거둔 것이었다. 이후 그는 25일 경기까지 16경기에 등판해 7연패를 당하고 있다. 자신의 최다 연패 신기록이다. 종전은 2003년 뉴욕 메츠 때 6연패였다. 아메리칸리그 탬파베이로 이적해서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레이스를 하고 있다. 첫 선발 등판이었던 7월2일 워싱턴 내셔널스전부터 이날까지 5경기에 연속 선발 등판. 전패를 기록 중이다.
한편으로는 아메리칸리그 심판에 적응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재응은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정말 안 잡아준다”고 말한 바 있다. 25일 LA 에인절스전 구심은 덕 에딩스였다. 지난 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LA 에인절스의 리그 챔피언십 2차전에서 피어진스키의 헛스윙 삼진을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판정해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승리의 향방을 바꾼 심판이다. 이날 1회초 첫 타자 숀 피긴스 타석에서 제4구(볼카운트 2-1)는 몸쪽에 꽉 차는 스트라이크로 보였으나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지 않았다.
3회 4실점의 빌미가 된 8번 마이크 나폴리의 볼넷 때도 볼카운트 투볼에서 구사한 제3구는 스트라이크로 보였다. 이에 앞서 4번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상대할 때 서재응은 풀 카운트로 끌고 가 방망이가 돌아간 듯한 해프 스윙을 유도했으나 스윙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서재응은 사력을 다해 버텨나갔으나 5회 우타자 후안 리베라에게 대형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하면서 의욕을 상실하고 말았다. 올시즌 19번째 피홈런이다. 서재응은 홈런 후 다음 타자 마이크 나폴리를 상대할 때도 구심이 2개나 스트라이크성을 잡아주지 않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재응은 2승에서 멈춘 채 시즌 9패째를 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