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난리로 강원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주말이면 지긋지긋한 장마도 잦아들 것으로 보이며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피서객 대부분은 “강원도는 수해를 입은 지역인데…”라며 피서지로 선택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그래도 강원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피서지다. 높은 산. 깊은 계곡. 맑은 물. 그리고 탁 트인 바다까지.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땅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 강원도는 복구의 땀을 흘리며 피서객을 맞을 채비로 부산하다. 강원도의 이름난 계곡을 소개한다.
용이 살아 움직인다는 검룡소 물이 불어 작은 폭포 만들고…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질러 서해로 흘러드는 한민족의 젖줄 한강. 억겁의 세월 동안 한강은 514.4㎞. 무려 1300리 가까운 길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는 ‘민족의 젖줄’이다. 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은 어디일까?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자락에서 솟아나는 ‘신비의 물’ 검룡소가 한강의 출발점이다. 예전에는 평창 오대산의 우통수를 한강의 끝이라 여겼으나 정확한 측정 결과 국립지리원은 1987년 이곳을 한강의 발원지로 공식 인정했다.
■신이 만들어 준 트레킹코스
태백 시내에서 정선 방향으로 가다 황지천 다리를 건너 8.8㎞를 더 가면 왼쪽으로 검룡소 가는 길이 나온다. 여기부터 주차장까지 약 6㎞ 구간은 비포장이었으나 지난해 말끔히 포장해 접근이 더 쉬워졌다.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는 약 1.3㎞. 완만한 길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최근 내린 비로 물이 조금 불었지만 계곡 물 소리가 오히려 상쾌하다.
약 500m쯤 들어가면 개울이 가로막는데 징검다리 중 가운데 바위 하나가 최근 내린 비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고 없다. 신발을 벗고 건너야 하는데 물은 종아리까지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차갑다. 계곡을 건너면 울창한 전나무숲이 기다린다. 200m쯤 되는 오솔길 양편으로 마치 근위병이 도열한 듯 말끔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나무 숲을 지나 쉬엄쉬엄 10분 정도 길을 오르다 모퉁이를 돌아들면 호쾌한 물 흐름 소리가 반긴다. 검룡소다.
■이무기의 전설 간직한 검룡소
울창한 숲 사이 암반 위로 물은 거칠게 흘러내린다. 널찍한 공터가 있는데 전에 검룡정이라는 육각정이 있던 자리다. 지금은 헐어 내고 현판만 덩그라니 남아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바위를 짚고 오르면 검룡수(儉龍水)라 씌어진 바위 뒤로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다. 직경이 5m쯤 될까? 최근 물이 불어 뒤로 작은 폭포를 만들고 있지만 이 연못의 바닥 암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이 한강의 출발이다.
검룡소 바닥 바위 틈을 뚫고 하루 2000톤씩 물이 솟아나는데 물의 온도는 사계절 9℃를 유지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자라고 있는 검푸른 이끼는 신비감마저 더하고. 공기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소의 크기는 원래 직경이 7~8m에 이르렀는데 산사태 등으로 메워진 것을 최근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다.
검룡소에서 2㎞ 정도 더 위쪽에 있는 창죽동 금대봉골의 ‘제당궁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 등에서 솟아난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다시 검룡소에서 솟아나므로 발원지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설득력이 약한 편이다.
검룡소에서 분출된 물은 곧바로 폭포로 이어진다. 용트림폭포다. 폭포는 약 20 여m를 비스듬히 흘러내리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용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하다. 오랜 세월 물이 흐르며 깎고 다듬은 조각품이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 소(沼)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을 친 흔적이 지금 폭포의 모습이라고 한다.
용트림폭포를 지난 물은 정선의 골지천·조양강. 영월의 동강. 단양. 충주. 여주로 흘러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흥정계곡(강원 평창)
평창군 봉평면 흥정산(1277m)에서 발원. 흥정리·원길리·창동리·평촌리·백옥포리·유포리까지 이어지는 계곡이다. 흥정산과 회령봉(1309m) 등 1000m가 넘는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은 울창한 수림과 바위 협곡을 따라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잔잔히 흐르고 있다. 최근 내린 비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가 유실됐지만 임시 복구를 마쳐 통행에는 지장이 없다. 허브나라 바로 옆 구유소는 흥정계곡에서 가장 깊고 물의 흐름이 센 곳이다. 주변에는 단풍나무·물푸레나무·싸리나무·두릅나무 등이 울창한 수림을 형성하고 있다.그러나 야영장은 피해가 커 아직은 공사 중이다.
■금당계곡(강원 평창)
태기산(1261m)과 흥정산에서 발원한 물이 용평면 개수리를 거쳐 하안미리까지 28㎞에 걸쳐 흐른다. 계곡 이름은 금당산(1173m) 기슭에 있다 해서 붙여졌다. 평창군 내 열두 마을을 흐르기 때문에 십이개수라고도 부른다. 오염되지 않은 계류를 따라 사람 얼굴을 닮은 선바위.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구룡소 등의 명소가 있다. 근래에는 래프팅 장소로도 알려지고 있다.
1994년 이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다가 봉평면 무이리 일대에 휘닉스파크가 문을 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 대부분이 비포장이어서 예전의 정취도 남아 있는 편이다.
■수타사계곡(강원 홍천)
홍천읍에서 동쪽으로 10㎞쯤 떨어진 곳에 있는 공작산(887m)에서부터 내려오는 덕지천의 상류가 계곡을 이루는데 바로 옆에 수타사가 있어 수타사계곡이라 불린다. 계곡은 수타사로 이어지는 다리부터 상류 쪽으로 동면 노천리까지 12㎞ 가량 이어진다. 양편으로는 기암절벽과 우거진 숲이 병풍처럼 에둘러 있고. 물은 넓은 암반을 흐르다 큼직한 소를 만들기도 한다.
■진동계곡(강원 인제)
기린 면사무소에서 10㎞ 떨어진 추대에서 설피밭까지 20㎞에 걸쳐 길게 흐른다. 그동안 교통이 불편해 사람의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아 원시림을 이루는 숲에는 희귀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절벽을 따라 폭포와 소가 시원한 비경을 이룬다. 특히 여름철에는 마을 관리 휴양지로 관리되기 때문에 가족 단위 피서객으로 붐빈다. 계곡의 최대 절경지를 이루는 추대분교 일대의 계곡은 추대계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주변에 방동약수터·방태산자연휴양림 등 관광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