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1일 400홈런 고지에 오르자 그의 ‘통산 홈런 시계’는 어디까지 움직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기록은 행크 애런의 775홈런이며.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왕정치의 868홈런이 최다이다. 애런은 23시즌을. 왕정치는 22시즌을 뛰면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1934년생인 애런과 1940년생인 왕정치는 나란히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들었으니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까지 유니폼을 입은 셈이다.
지난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으로 입단한 이승엽은 일단 400홈런까지의 페이스는 애런과 왕정치와 견주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꾸준한 몸관리와 컨디션 유지가 우선돼야 하겠지만 이승엽의 예상 최종 홈런수는 올 시즌 거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또 애런과 왕정치와 비슷하게 앞으로 10년 더 40세까지 선수생활을 한다는 가정하에서다.
▲일본 잔류할 경우
이승엽은 한일 통산 1454경기에서 401홈런을 쳐 3.62경기당·13.22타수당 1개꼴로 홈런을 양산했다. 물론 일본에서의 수치(4.04경기당·14.18타수당 1개)가 한국(3.53경기당·13타수당 1개)에서보다 더 높다.
그러나 일본 진출 첫해인 2004년 100경기(333타수)에서 14홈런으로 부진했다. 이후 2년 연속 30홈런을 치면서 일본 무대에 완전 적응을 했으니 최근 2년간의 통계를 적용하는 편이 옳다. 이 경우 3.36경기당·12.22타수당 1개로 수치가 확 줄어든다. 이를 센트럴리그 시즌 경기수(146게임)에 대입하면 매년 평균 42홈런을 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10년 동안 420홈런을 더 쳐 통산 홈런수는 무려 820개에 이른다는 얘기다.
▲메이저리그 진출할 경우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한다면 지금까지의 수치는 거의 무의미하다. 파워에서 비견되는 마쓰이를 ‘잣대’로 삼는 게 보다 객관성을 갖는다. 일본에서 50홈런 포함 7년 연속 30홈런을 치고 2003년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마쓰이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3년 동안 70홈런(487경기)을 기록했다. 7경기당·26.2타수당 1개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윙폭을 의도적으로 줄인 결과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시즌 경기수(162게임)에 대입해 산출하면 이승엽의 시즌 평균 홈런수는 23개가 되며. 앞으로 10년간 230개의 홈런을 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최종 통산 홈런수는 630개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산술적인 수치. 일본에서 1년의 적응기간을 거쳐 간판 홈런타자 반열에 올랐듯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승엽의 파워가 통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