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연이었다. 게임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일인칭 슈팅게임(FPS)의 원조 <둠> 과 또 하나의 명작 <시스템 쇼크> 가 1994년 같은 해에 출시됐다.
존 카멕과 존 로메로라는 두 걸출한 크리에이터에 의해 개발된 <둠> 은 세계의 게이머들을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빠뜨렸다. 이 게임의 대성공 그림자에 가려진 게 바로 이어 출시된 오리진·루킹글래스사의 <시스템 쇼크> 다.
<시스템 쇼크> 가 나왔을 때는 <둠> 의 아류작이 아니냐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탁월한 혁신성도 빛을 바래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져가야 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2편을 포함해 두 편 모두 미국게임 잡지 <게임스파이> 가 선정한 가장 훌륭한 게임 50위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게임성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는 명작임에는 틀림없다. 한마디로 <둠> 과 <시스템 쇼크> 는 완전히 차별화될 수 있는 다른 작품이다.
<둠> 은 존 카멕이 "게임은 포르노"라고 말한 것처럼 단순히 쏘고 죽이고 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면 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존 카멕의 작품은 전 스토리를 두세 줄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화려한 액션성과 그래픽에 치중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스템 쇼크> 는 치밀한 스토리, 통쾌한 액션성, 독특한 세계관, 리얼리티성을 살린 게임 요소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있다. 예를 들어 현실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주인공이 뛰어가다가 서면 바로 멈추지 못하고 밀리는 관성의 법칙까지도 표현해냈다.
게임 배경은 쇼단이라는 인공지능 바이러스가 모든 인간들을 말살 시킨 우주 정거장이다. 게이머는 쇼단이 있는 9층까지 도달해 쇼단을 없애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우주 정거장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정보를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방법인 이메일을 통해 전해진다. 이메일의 글은 참혹함이 묻어나면서 플레이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이 혁신적인 게임의 개발자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그 처치라는 사람이다. 그는 과거 루킹 글래스 스튜디오에서 게임 디자이너로 일하던 당시 <울티마 언더월드 1·2> 그리고 <시스템 쇼크 1·2> <씨프 1·2> <플라이트 언리미티드> <테라 노바> 등 혁신적인 게임들 대다수의 개발에 참여했다.
하지만 게임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아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부분이 마니아들만 감동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FPS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이 게임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