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발표회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 신차 발표회를 갖는다고 알리면 "어느 호텔"이란 질문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젠 이렇게 물으면 촌스럽다는 말을 듣게 생겼다. 놀이공원의 야외 무대, 스키 리조트에 심지어 비행장 격납고까지 신차 발표회 장소로 쓰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김포공항 비행기 격납고에서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안전 운행을 위해 점보 비행기가 정비를 받고 있어야 할 자리에 여러 개의 무대가 만들어지고 그 자리에 최고급 승용차가 당당히 서 있었던 것이다.
다름 아닌 독일의 명차 메르세데스-벤츠의 신차 발표회 행사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중형 세단 뉴제너레이션 E클래스 출시 행사를 격납고에서 치르는 파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신차 발표회장은 서울 시내의 최고급 호텔이었다. 호텔이 주는 럭셔리·클래식이란 이미지가 새롭게 선보이는 차량과 잘 맞는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추세가 바뀌고 있다. 실용적이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알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신차의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 정도는 전과 같지 않은 데다 호텔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신차를 체험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날 행사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비행기가 격납고에 들어서는 순간 비행기 동체 밑으로 자동차를 등장시킴으로써 '외국에서 막 도착한 차',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차'라는 효과를 노렸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호텔을 벗어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4월 서울랜드 야외 무대에서 뉴카렌스 신차 발표회를 가졌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에도 초청자뿐 아니라 놀이공원을 찾은 일반 관람객들의 방문도 적지 않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RV차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봄 기운이 완연한 야외 무대를 행사장으로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는 대성공. 레저용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초반부터 판매량이 부쩍 늘어 행사 기획 관계자들이 적잖은 칭찬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GM대우는 지난 6월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신형 SUV인 윈스톰을 선보였다. 초청자 중 일부에 대해서는 대전역에 준비된 차량을 타고 무주리조트까지 직접 운행하도록 하는 시승회로 차량의 성능에 대한 소개를 대신했다.
또한 무주리조트 내 오프로드에 대한 시운전 행사도 가져 '도시의 아스팔트와 야외의 오프로드 등에 모두 적합한 차'라는 이미지를 깊게 심어 줬다.
이에 대해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스타일과 성능에 따라 고객에게 다가가는 첫 이미지의 변화는 신선한 발상이다. 당분간 신차 발표회 장소로 호텔이 주류를 이루겠지만 이색적 무대가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