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사람들의 미모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봐야겠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이 곳의 젊은 여성들은 정말 모두 예쁘다. 그야말로 S자 몸매와 뚜렷한 이목구비.
특히 아이들은 모두 바비 인형 같다. 동그랗고 크고 쌍꺼풀 짙은 눈. 오똑한 코. 가지각색의 머리 색깔들을 가졌다.
길 가다가 너무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고선 넋을 잃고 바라볼 때도 있다. MILA 기관장님의 사모님도 말씀하시길 파라과이로 이민 올 당시 한국에서 최고 미인은 ‘고현정’이었단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고현정조차 너무도 평범해 보였다고. 또 이 곳 사람들 몸매에 익숙해지자 한국 모델은 그저 일자 몸매로만 보였단다.
미남·미녀가 많은 것은 스페인계와 원주민 인디언들의 혼혈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혼혈들을 메스티조(Mestizo)라고 하는데 전 국민의 약 90% 정도다. 사람들의 피부. 머리카락. 눈동자 색깔이 각양각색인데 피부색을 보면 백인. 흑인보다 동양인과 많이 닮은 것 같다.
사실 중남미 대륙은 국제 미인대회를 휩쓸고 있다. 2006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만 해도 푸에르토리코의 ‘술에이카 리베라 멘도사’가 1위. 파라과이의 ‘로데스 아레바로스’는 3위를 차지했다. 역대 전적을 보아도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출신의 미인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각종 성형수술과 화장을 해서 아시아권의 사람이 서구형 미의 기준에 맞추는 것은 어설픈 발버둥으로 보인다. 아름다움을 위해 온몸을 구석구석 뜯어고쳐도 잘해야 ‘평범한 서양인’이 될 뿐이다. 그런데 이 곳 사람들은 종종 내 피부가 희다고. 또 머리 색깔이 짙고 검다고 부러워 하는 게 아닌가. “니네가 훨씬 예쁜데?”
그러나 이들 눈엔 내가 정말 예쁜가 보다. 가끔 우리의 남대문 시장 같은 ‘4 시장’을 걸어가면 이곳 남자들이 나를 향해 각종 구애와 찬사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꾸며낸 말이 아니냐고? 천만에! 무슨 얘기냐 하면 이 곳 남자들은 여자가 지나가며 힐끗힐끗 보지 않고. ‘te amo’(너를 좋아해) ‘linda!’(예뻐!)와 같은 말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마구 던져댄다. 얼굴을 들이대고. 눈을 쳐다보면서. 때로는 윙크와 함께!!
이것은 ‘piropo(삐로뽀)’라고 해서 원래는 스페인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에 대한 매너를 갖추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칭찬 같은 것이었다 한다. 그런데 여기선 조금 변질이 되어 칭찬인지 희롱인지 구별이 힘들어지게 됐다 한다. 어쨌거나 예쁜(?) 나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도도하게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