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 프로야구는 ‘신바람 야구’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유지현·서용빈·김재현 등 신인 3총사를 앞세운 LG가 1994년 우승한 뒤 탄생한 신바람 야구는 10년 동안 프로야구 추세로 자리매김했다.
그 신바람 야구의 한 축을 맡았던 서용빈(35)이 19일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겠다”며 은퇴선언을 했다. 신바람 야구의 마지막 산 증인이 퇴장을 한 셈이다.
이미 김재현은 작년 SK로 이적했으며 유지현은 1년 전부터 코치로 물러 앉은 바 있다.
서용빈은 선수생활이 순탄치 못했다. 데뷔 첫 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팀 우승을 맨 앞에서 이끌었으며 신인 최초 사이클링히트. 20경기 연속 안타 등 숱한 기록을 남겼던 초창기에 비하며 중반 이후 선수생활은 내세울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팬들은 그를 잊지 않고 이따금씩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뇌리에 남을 만한 플레이를 워낙 많이 한 덕택이다.
주변의 아쉬움을 받으며 떠나는 서용빈은 정작 후회가 없다. 자칫 소리없이 사라질 뻔 했으나 올 시즌 후반 원없이 뛰며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주장으로서 임무만 한 채 벤치를 지키던 서용빈은 지난 6월 초 중도 사퇴한 이순철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물러받은 양승호 감독 대행과 마주 앉았다. ‘마지막으로 경기에 뛰어보고 싶다’는 간청을 했고 양 감독대행으로부터 “기량이 되면 기회를 주겠다” 대답을 얻어냈다.
이 때부터 2개월 동안 2군에서 혼신을 다해 땀을 흘리며 컨디션을 조절한 그는 마침내 8월 3일 1군 엔트리에 등록할 수 있었다. 당시 그는 “저토록 열심히 한 선수는 본 적이 없다”는 코칭스태프의 칭찬을 받을 만큼 온 힘을 다했으며 그 결과 복귀하자마자 3경기 연속 팀 승리타점을 기록하는 등 예전의 명성에 손색없는 플레이를 펼친 바 있다.
LG는 선수생활의 모범을 보인 그에게 코칭스태프 육성 프로그램의 혜택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서용빈은 앞으로 2년간(해외연수 1년과 국내 연수 1년) 지도자 수업을 받은 뒤 팀의 코치로 영입될 예정이다.
또한 팀은 오는 24일 잠실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그의 은퇴경기로 치르는 배려를 했다.
서용빈은 19일 현재 통산 827경기에서 타율 2할9푼(760안타) 350타점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