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번쯤은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하늘에 날려봤을 것이다. 더 높게·빠르게·멀리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 바람엔 나도 저렇게 훨훨 날아봤으면 하는 소망도 담겨있었는지 모른다. 행글라이더는 그 소망을 이루는데 제격이다.
종이비행기처럼 생겼으면서 실제로는 새의 날개와 흡사한 행글라이더. 퍼덕퍼덕거리지만 않을 뿐 조종사의 조작 없이도 새의 날개처럼 회복과 복원력이 뛰어나 안전하게 하늘을 날 수 있다. 파란 가을 하늘. 구름에 닿을듯 한 점이 되어보자.
■ 뛰어 뛰어 뛰어
행글라이딩을 배우기 위해 찾은 곳은 경기도 광주의 매산리. 날개클럽(02-927-0206)과 함께 초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백마산 70고지를 넘어 300고지로 향했다. 주로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하는 동호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아니. 눈에 띄는 것보다는 “뛰어! 뛰어! 뛰어”라는 고함소리가 귓가를 때린다는 표현이 맞을듯 싶다.
패러글라이딩이든 행글라이딩이든 이륙을 하기 위해서는 가속이 필요하다. 양력을 얻기 위해서 맞바람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려야한다. 패러글라이딩을 처음 배울 때의 훈련도 대부분 이런 지상주행에 할애된다. 조종간을 어깨에 들쳐메고 파지한 후 날개의 고개를 살짝 쳐들게 하고서 전력질주하기를 수백·수천번을 해야 비로소 기본 자격을 얻는 셈이 된다.
그러니 날개를 얻기 위해서는 타조같은 듬직한 다리 근육을 길러야 할 것이다. 평지에서의 주행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사면에서 뛰는 연습을 해야한다. 이 때 땅에 처박히는 것은 일상다반사가 된다.
패러글라이더 사이에 행글라이더가 등장하니 이목이 집중된다. 날렵하게 생긴 삼각모양의 날개를 들쳐업고 전력질주. 하지만 “어~어~” 하는 주위 사람들의 탄식과 함께 ‘꽈다당~퍽’소리가 겹쳐진다. 무조건 열심히 뛴다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 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행글라이더가 뜨기 위해서는 적당한 바람이 주어져야 한다. 1994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행글라이딩 대회에 참가했던 윤청 날개클럽 회장은 “당시 세계기록이 6시간 가까이 700㎞ 이상 비행했다”고 회고한다.
일정한 실력 이상을 쌓게 되면 열기류를 이용해 고도를 확보하고(최고 2000m까지 상승 가능) 흘러가는 바람을 타고 비행하기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출발해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짜릿합니까” 윤회장이 남달리 행글라이더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글라이딩은 보통 시속 40~50㎞의 속도를 낼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에 비해 10㎞ 정도 속도감을 더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게다가 조종간의 베이스바를 움직일때마다 즉각적으로 비행방향이 바뀌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도 행글라이딩에 빠지게 만드는 요소다.
▲1. 베이스바를 오른쪽으로 일면 몸이 왼쪽으로 치우쳐져 좌화전이 가능해진다. 2. 베이스바를 머리 위쪽으로 밀면 속도를 늦출 수 있다. 3. 베이스바를 몸 아래로 당기면 속도를 낼 수 있다.
왼쪽으로 날고 싶으면 베이스바를 오른쪽으로 밀고 몸을 왼쪽으로 기울여 무게중심을 옮기면 즉각 반응한다. 또 베이스바를 앞으로 끌어당기거나 위쪽으로 밀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수준급으로 행글라이딩을 탈 수 있게되면 묘기 비행도 가능하다. 시속 100㎞ 가까이 아래로 추락하듯 내려가다 무게 중심점을 잡아주면 공중제비를 선보일 수 있다. 초보자들에게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이고. 구경꾼들에게는 환상적인 그림이 될 것이다.
■행글라이딩 장비
안전장비로써 헬멧(20만~30만원)과 무전기(30만원대). 고도계(50만원대)가 있다. 행글라이더(400만~800만원대)와 비행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하네스(50만~100만원)는 기본.
■행글라이딩을 배우려면
행글라이딩은 문경 활공랜드. 양평 유명산 활공장. 영월 봉래산 활공장. 단양 양방산 활공장 등에서 주로 즐길 수 있다. 초급코스(1주일에 하루 교육)는 6~8주. 중급은 1년. 고급은 2~3년 이상 필요하다. 초급에선 행글라이더 취급 요령과 재원. 지상·사면주행. 이·착륙 훈련 후 직진·S자 비행까지 배울 수 있다.
중급에서는 체공기술과 사면상승풍을 이용한 리지소어링 등을 배우고 고급에서는 열기류를 이용한 고도 획득 기술을 통해 장거리(크로스컨트리) 비행을 할 수 있다. 날개클럽(011-317-0206). 플라일리(011-349-4977). 자유비행대(011-9067-9297) 발이 부서져도 비행의 꿈은 부서지지 않는다
■3개월 초보자의 고백
회사원인 이성규(33)씨는 최근 행글라이딩 사면 주행을 연습하다 발뒤꿈치뼈가 부서지는 부상을 당했다. 혹시 괜한 짓을 한건 아닐까 후회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른 나아서 하늘을 날고싶은 마음만 가득하다”고 한다. 어렸을 적 TV에서 보던 행글라이딩 모습을 마음에 담고 있다 올 여름 휴가때 드디어 배우기로 결심하고 시작한 것이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행글라이더를 조립하고. 날개를 들쳐메면 든든한 느낌이 들어요. 더군다나 주행 첫날 바람이 너무 좋아 하늘로 살짝 떠오르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죠.”
포기할 수 없는 오기가 아니라 비행에 대한 꿈이 이씨를 행글라이딩에 푹 빠지도록 만든것 같다. 행글라이딩을 배우기 전 초경량항공기 ULM(Ultra Light Moter:행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 체험비행은 그야말로 미끼였던 셈인지도 모른다.
혹시 3개월간 뛰기만 했는데 지루하지는 않았을까 물어보니 “행글라이더를 들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치 날개를 단듯 행복하다”고 한다. 아직 본격적인 비행에 접어들지 않았는데도 마음은 항상 하늘을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회사에 다니느라 자주 연습하진 못해요. 1주일에 딱 하루밖에 시간을 낼 수 없지만 그날만큼 기다려지는 날은 없죠.” 구름 위까지 날고싶다는 이씨의 꿈이 청명한 가을 하늘만큼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