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일본 음란물을 유포시키다 지난 10월 중순 경찰에 붙잡혀 네티즌들에 의해 ‘김본좌(대가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로 칭송을 받았던 김모(29)씨. 김씨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과정에서 최근 일간스포츠와 어렵게 단독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김씨는 전화통화에서 네티즌들이 자신을 음란물 대부 본좌로 칭송한 것과 관련. “내가 왜 본좌가 됐는지 모르겠다. 본좌라 불리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이 본좌란 이름을 붙여줬지만 정작 자신은 ‘김본좌가 아니다’라고 밝혀 본좌의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네티즌들은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자 해당 포털 사이트와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대대적인 석방운동까지 벌였다. 네티즌들이 특정 피의자에 대해 무죄 운동을 벌이는 것은 경찰 사상 전례 없는 일이었다.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듯 포털 사이트 검색란에선 ‘김본좌’의 이름이 연일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김본좌 복음’과 ‘김본좌 계시록’까지 등장했다.
경찰도 그가 음란물 대부 ‘김본좌’란 사실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부산 사상경찰서 지능수사팀 조재철 경사는 “음란물 사이트 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를 음란물 공급하는 핵심 인물로 파악해 검거했다. 김씨가 본좌라고 불리는 것은 검거 후 인터넷을 통해 처음 접했다”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본좌라는 별칭을 얻은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다. 지난 9월 말부터 일반인들이 즐겨보는 한 성인 사이트에 일본 포로노 동영상이 올라오지 않았다. 하루에도 많게는 수십건씩 올라온 음란물을 탐닉해온 네티즌들은 어느날 갑자기 음란물이 올라오지 않자 궁금증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0월 중순 한 성인사이트 게시판에 ‘음란물을 올리는 운영자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대한 댓글이 이어지면서 김모씨는 졸지에 ‘포로노 대부’로 부풀려졌고. 급기야 본좌로 까지 둔갑됐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성인사이트 관계자는 “김씨가 돋보일 정도의 활약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P2P 업체 등에서 돈을 받고 일했던 아르바이트?그 이상은 아니다. 김씨가 2년 동안 수만 건의 동영상을 올렸다고는 하지만 그정도 수준의 아르바이트생은 꽤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진짜 김본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티즌들은 ID ‘kimcc’로 지난 2년여 동안 ‘따끈한’ 신작 음란물이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 2년 6개월간 2만여건의 일본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씨가 ‘김본좌’란 ID로도 음란물을 올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ID와 사이트에 등록된 이름을 다 뒤졌지만 본좌란 이름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음란물 커뮤니티 관계자는 “원래 음란물 세계에서 본좌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신종어에 우리 사회가 최면에 걸린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네티즌들의 댓글 놀이문화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오경기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음란물이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이용해 순식간에 퍼지는 것처럼 김본좌 검거에 대한 네티즌 반응도 급속히 퍼졌다. 김본좌에 대해 모르던 사람까지도 신비감을 느껴 놀이에 동참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김본좌는 실체보다 더 과장되고 영웅시 된 면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