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 동안 무려 6경기를 치렀다. 선수들이 지쳐 있었다. 또 필드에서 전술적 판단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꼽은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졸전의 원인이다.
베어벡 감독은 19일 강남구 논현동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06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보수교육에서 '축구철학과 현대축구의 흐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뒤 현장 지도자와의 질의 응답시간에서 이같이 밝혔다.
질문을 던진 최건욱 안동고 감독은 "이라크전에서 후반 내내 뻥축구로 일관한 것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체력적으로 지쳐있기는 이라크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실패의 원인을 선수들에게 돌린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라크는 아시안게임 본선에 앞서 최종예선까지 치렀기 때문에 한국보다 경기 수가 더 많았다. 더구나 한국전을 앞둔 8강서는 연장 혈투끝에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올라온 상태였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결과만 놓고 보면 실망스럽지만 찬스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만족스러웠다"며 아시안게임이 전적으로 실패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베어벡 감독은 "한국은 기술과 체력에서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다만 전술 이해 능력이 아쉽다"라며 좀 더 많은 훈련 시간을 보장받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베어벡 감독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는 5개월동안 15차례의 국제경기를 치르며 집중적인 훈련을 했다. 지금은 그런 것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내년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은 두 차례만 A매치를 치를 뿐이다. 대회를 앞두고 6주간의 훈련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밝혔다.
베어벡 감독은 20일 고국 네덜란드로 돌아가 연말 휴가를 보낸 뒤 2007년 1월 12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베어벡은 휴식을 취하며 내년 한국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의 운영 구상도 세울 전망이다. 베어벡 감독은 내년 21일부터 올림픽 대표팀과 함께 카타르 전훈을 떠날 예정이지만 프로클럽과 선수 차출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해준 기자 [hjlee@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