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이 되기 위해 영화 속 주인공처럼 거미에 물릴 필요는 없다. 부지런히 손발을 놀려 땀 좀 흘리면 벽을 가뿐하게 오를 수 있다. 떨어져서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잊어라.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처럼 자일과 퀵도르를 이용하면 추락할때도 안전을 보장받는다. 엄청난 체력소모 덕분에 군살도 뺄 수 있으니. 마음도 몸도 가뿐해질 터. 집 근처 인공암벽등반장(이하 암장)을 찾아보자.
■삼지점을 형성하라
인공암벽등반을 배우기 위해 찾은 곳은 O2월드의 실내암장. 서울시 산악연맹 교육위원회 소속이면서 암벽등반 강사로 있는 서종국(33)씨가 도움을 줬다.
일단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홀드(암벽을 올라갈 때 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는 곳)를 잡고 벽을 올라 봤다. 생각보다 힘이 무척 든다. “아이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삼지점을 형성하죠. 하지만 어른들은 사지점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더 힘이 듭니다.”
서 강사의 곧바른 일침. 두 손과 두 발이 사각형을 형성하고 있으면. 이동할 때 한 손이나 한 발을 옮기는 경우 몸이 출렁거리거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반면 한 손을 놓았을 때 이등변 삼각형의 자세를 취하게 되는 삼지점을 형성하면 몸이 안정적이 되고. 힘도 훨씬 덜 든다. 일단 삼지점이 형성되더라도 손은 쭉 펴고. 발은 오무린 상태를 기본 자세로 갖추어야 한다.
사지점의 경우나 또는 아직 삼지점 자세가 서툰 경우 대부분의 초보자는 팔을 구부리며 팔로 버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광배근·이두박근·삼두박근 등 대부분의 근육을 써야 되는 한편 시야도 좁아진다.
이런 자세로 계속 암벽을 오르다 보면 더 이상 근육을 쓸 수 없는 상태(펌핑)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팔을 쭉 펴고 있으면 전완근만 사용함으로써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고. 시야도 확보되기 때문에 다음 이동할 곳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삼지점 자세가 쉽게 되지는 않는다. 신경을 써도 자꾸 사지점이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팔로 힘이 집중되면서 힘을 쓰려다 보니 팔이 구부러지는 자세가 되어 있다.
■쉬는 법도 배워라
오기가 생기기도 했지만. 오르는 재미가 쏠쏠해 오르내리기를 계속했다. 이때 서 강사가 “좀 쉬세요”라고 권유한다. 그냥 권유겠지 생각하며 다시 오르려 하는데 “쉬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라며 끌어앉힌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벽에 붙어 있으면 펌핑이 와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 자신이 운동한 시간의 두배 정도는 충분히 쉬어줘야 오히려 오랜 시간동안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10분 정도 암벽을 탔으면 최소 20분 정도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 운동에서도 욕심은 금물. 좀 쉬고 나니 힘이 붙는다. 힘이 붙으니 자세도 좀더 나아진 것 같다. 쉬는 시간은 육체적인 휴식시간임과 동시에 자신의 자세를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차라리 암벽화를 벗어라
암벽을 오르는 데는 발의 자세도 중요하다. 암벽화를 신고 홀드를 어떻게 딛느냐에 따라 어려운 구간을 통과할 수 있느냐의 여부도 결정될 수 있다. 초보자들은 발가락 끝으로 홀드를 딛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불안한 마음에 발바닥 중앙으로 홀드를 딛다 보면 테크닉을 잘 구사할 수 없고. 믿음감 또한 생기지 않아 자꾸 손으로만 이동하게 된다. 이러면 마치 철봉에 두 손으로만 매달리는 꼴이 된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암벽화를 크게 신기 때문이에요.” 서 강사는 암벽화가 발에 작은 듯한 것이 좋다고 한다. “차라리 암벽화를 벗고 맨발로 하라고 하면 오히려 더 나은 경우가 많아요.” 초보자들은 바른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바른 자세는 때론 적절한 장비의 선택에서부터 시작한다.
■8자 매듭법을 배워 보자
자일이 하중을 받았을 때 매듭 부분이나 줄의 꼬인 부분에서 강도가 줄어든다. 이 줄어드는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듭이 부드러워야 한다. 하지만 부드럽게 하기 위해 무작정 여러번 되풀이해서 감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매듭은 또한 잘 풀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조건을 잘 충족시키는 매듭법이 바로 8자 매듭이다. 묶인 모양이 아라비아 숫자 8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을 통해 8자 매듭법을 배워 보자.
■장비 고르는 법
안전 허리띠인 하네스는 자신의 몸에 맞추어 구입한다. 조절끈이 있어 조금 크더라도 상관없다. 국산 5만~7만원. 수입 10만~20만원. 하강기는 자동적인 요소를 갖춘 그리그리(10만원)와 8자 하강기(3만 5000원)가 있다. 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초크와 초크백은 1만~2만 5000원.
안전확보물인 퀵도르는 2만 5000~4만원. 자일은 실내암장의 경우 40m 이상이면 대부분 충분하다. 15만~20만원. 암벽화는 자신의 발 사이즈보다 조금 작은 것을 구입해야 한다. 발가락이 구부러질 정도로 작아야 홀드에 발을 디뎠을 때 힘이 제대로 가해진다. 딱 맞는 신발을 구입하면 힘을 가했을 때 발바닥이 아래로 처지면서 힘을 실을 수가 없다. 7만~20만원.
■암벽등반을 배우려면
전국 곳곳에 암장이 설치되어 있다. O2월드 실내암장 02-990-0202 당고개암장 02-950-3586 아트클라이밍센터 02-765-0764 클라이밍 아카데미 02-990-5014 수원클라이밍센터 031-243-5014 대구파워클라이밍센터 053-743-8850 광주실내암장클럽 062-514-5325
●컴퓨터 게임보다 재미있어요
O2월드 실내암장에 들어섰을 때 처음 마주친 사람은 초등학생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볼더링(특별한 장비나 보호 장치 없이 암벽화와 초크를 담은 주머니 하나만 차고 오르는 행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제법 모양새가 갖추어진 것이 1~2개월 배운 솜씨 갖진 않았다.
백운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로 진학하는 김병훈(13) 학생은 “암벽 배운 지 17개월 됐어요”라며 한껏 실력을 자랑한다. “지겹거나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그만둬요? 오락보다 더 좋아요”라며 반문한다.
볼더링(특별한 장비나 보호 장치없이 암벽화와 초크를 담은 주머니 하나만 차고 오르는 행위)은 그야말로 수수께끼 같다는 것.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그것을 푸는 재미가 커진다고. 병훈이와 함께 연습에 몰두하고 있던 친구인 정영식(13) 학생도 “같은 자리에서 떨어지길 수십 번. 수백 번 하다 보면 홀드를 빼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자리를 통과하고 있는 거예요. 그땐 하늘을 날 것 같죠.”
스포츠 클라이머가 꿈이라는 김병훈 학생. 하루에 4시간 이상의 훈련이 마치 놀이인 것처럼 보인다. 진지함과 웃음이 거름이 되어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항공스포츠 날개클럽 회원 모집
항공스포츠 날개클럽(www.nalgaeclub.co.kr·대표 윤청)에서 2007년 첫 신입회원을 모집한다. 자격조건에 제한이 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패러글라이더·행글라이더·모터 패러글라이더·초경량 항공기 등을 평일·주말 모두 강습한다. 강습은 주로 경기도 광주·양평·화성과 충북 단양 등에서 진행된다.
스쿨 입학금과 패러글라이더와 행글라이더를 함께 배우는 강습비는 30만원. 초급부터 중·고급까지 기간에 관계없이 월 6만원의 지도·회원관리비가 따로 있다. 2월 말까지 등록하는 여성회원에 한해서 스쿨 입학금 50% 할인. 011-317-0206.
글=이방현 기자 [ataraxia@ilgan.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01@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