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농어 밤낚시를 이맘때부터 즐겨 했었다. 주로 서해 내만권 작은 무인도를 즐겨 다녔다. 그 재미가 하도 좋아서 주변 사람들과 하룻밤을 작은 섬에서 보냈다. 마치 민물낚시하듯이 채비를 모래사장에 꼽아 놓고는 조류 따라 흐르는 케미라이트 빛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아 오곤 했었다.
물론 섭섭치 않게 70㎝ 전후의 농어 서너 마리는 평균으로 챙겼고, 때론 m급의 입질을 받아 한바탕 씨름을 하곤 파안대소한 기억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루어낚시가 유행하면서 여유롭고 자잘한 재미가 있는 농어 밤낚시가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포항에서 농어 낚시를
지난주 포항의 조우에게서 방파제 농어 낚시나 즐기자는 메시지를 받고 내려가면서 '동해 남부권에서도 생미끼 농어 낚시가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일었다. 정작 현장에 도착해 낚시해 보니 이런 의구심은 일시에 사라졌다. 내친김에 현지 낚시인을 재촉해 여러 포인트를 둘러보니 역시 농어는 있었다. 씨알도 40㎝급의 잔 씨알에서 90㎝급 대물까지 낚이니 날 새는 줄 모르게 재미있다.
포인트는 자동차를 몰고 가면서 눈에 띄는 방파제나 백사장이면 된다. 기상 조건이나 파도에 의해서 조금씩 조과 차이가 나는 모양이고, 수온이 오를수록 조과와 씨알이 좋아진다니 무엇보다도 반가운 소식이다. 새벽배 탈 일 없고, 거추장스러운 장비 챙길 일 없으며, 그저 나들이 삼아 떠나는 여행길에 초저녁 낚시로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채비라곤 2.5호대 전후의 낚시대와 5호 정도의 원줄이 감긴 스피닝 릴이면 충분하다. 야간 찌를 사용해야 되는데 멀리 캐스팅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찌이면 더욱 좋다. 농어의 습성상 경계심이 강해 사람 소리 나는 곳은 본능적으로 피하니 방파제이든 백사장이든 멀리 캐스팅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찌의 예민성은 별로 요구되지 않는다.
그저 청갯지렁이 여러 마리 꿰어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찌 부력이면 되는데, 현지 낚시점에서 저렴한 가격에(5000원~1만원 정도) 구입할 수 있다. 목줄은 대략 50㎝ 정도만 주면 되는데 밤이면 표충 가까이 유영하는 농어의 습성 때문이다.
■까탈스러운 입질
입질은 약간 까탈스러웠다. 미끼를 물고 쏜살처럼 내달리는 장관을 기대했지만 수온이 차서 그런지 깜빡거리는 입질에 뒷줄을 슬며시 당기니 그때서야 미끼를 물고 차고 나갔다. 많은 마릿수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80㎝ 전후의 농어와 한바탕 싸울 수 있다면 기대 수치는 높아질 것이다.
주로 형성되는 포인트 지역은 포항 흥해면 신항만 방파제부터 바로 옆의 칠포 해수욕장을 거쳐 해변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눈에 띄는 방파제는 모두 포인트라고 할수 있다. 그중 이가리 방파제나 오도리 방파제처럼 주변에 모래사장이나 작은 여밭이 형성된 지역이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나날이 수온이 오르면서 포인트도 넓어지겠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비록 접근이 편한 방파제이지만 밤낚시이기에 안전 장비는 필수이다. 먼저 테트라 포트에 서기 위해선 운동화가 좋고, 손전등 및 옷이나 모자에 부착되는 전등도 필수이다.
더욱 유의할 점은 주변에 낚시하는 분이 있다면 정숙해야 할 것이고, 불빛은 어떠한 경우에도 바다 쪽으로 비춰선 안된다. 농어는 불빛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일출·일몰 경에는 루어낚시에도 농어가 제법 달려드니 참고하기 바란다.
▲장비 및 준비물: 2.5호 정도의 낚시대, 4000번 정도의 릴, 손전등, 탈부착 소형 전등, 구명복. 기타 찌 및 미끼 등은 현지 구입이 편하다.
▲포인트 가는 길: 포항시에서 북쪽 해변도로(912번)를 타고 20분 정도 가다보면 용한리(신항만 방파제)가 나오며 거기에서부터 북쪽으로 차량 이동하면서 낚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