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조승우의 문화 파워가 날로 막강해져 가고 있다. '렌트'·'헤드윅'에 이어 오는 8월 개막하는'맨 오브 라만차'까지 그가 출연하는 티켓이 발매 10여 분 내외에 모두 매진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의 무대를 관람한 팬들은 대부분 그의 연기력에 만족을 표시한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에 놀라워한다. 비평가들의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무대에서, 방송에서, CF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출연만 하면 흥행이 보장되는데 누군들 그에게 욕심이 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는 너무 일정이 빡빡해서 그런지 언론과 인터뷰에 소극적이기로 소문이 나 있다. 워낙 소수이기 때문에 목소리가 묻혀 있을 뿐 사실 그에게도 안티팬은 있다. 어떤 배역이든 비슷한 색깔로 만들어 버리는 조승우표 연기에, 그의 고음 불가 가창력에, '헤드윅' 출연 과정에서의 절차의 불공정성에, 원조 '헤드윅' 카메론 미첼의 내한 공연 불참에 대하여 그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그의 티켓 파워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조승우는 그의 어머니도 자기 공연을 못 본다며 농담조로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티켓 전쟁에 모든 것을 거는 열광적 조승우팬이 아닐 경우 그의 공연을 보는 것이 원천 봉쇄된다면 그의 연기에 대하여 어떻게 객관적 평가가 내려지겠는가? 이러한 불만과 우려가 오해라면 이해를 시키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알려야 한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실 통폐합 추진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개인적으로 인간 노무현에 대해서 신뢰하는 편이다. 그가 민주화 과정에서 이(利)를 따르지 않고 의(義)를 따른 것은 대부분 수긍하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된 이후 좌충우돌 행보와 거친 언사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권위주의 탈피라는 동기의 순수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 대통령이 된 이유는 결국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현재 조승우는 '뮤지컬계의 대통령'이다.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뛰어난 배우다. 하지만 그가 계속하여 언론과의 인터뷰에 소극적이고, 열성팬만으로 이루어진 팬의 장막에 안주한다면 현재 노 대통령이 겪는 것과 같은 곤경에 빠지지 않는다고 그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지 ….
김형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