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닝성은 우리가 만주라 부르는 중국 동북 지방(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의 경제적 중심지다. 부여 이래 고구려·발해의 영토였고, 중국 최후의 통일 왕조인 청나라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고려 이후 중국과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교류는 이곳을 거쳐 갔다.
아직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랴오닝은 볼거리·먹을 거리·놀거리 등이 풍부한 관광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주몽> 을 비롯해 <대조영> <연개소문> 등 TV 드라마를 통해 소개되면서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4~5일 시간을 내 선양을 중심으로 다롄·단둥 등을 돌아본다면 중국 동북 지방의 새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양에 자리한 중국 최초의 라스베이거스식 극장 식당 천환수궁은 중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최고의 명물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일간스포츠(IS)는 랴오닝 지방을 재해석, 4회에 걸쳐 소개한다.
굴뚝 치솟는 만주 벌판/누르하치의 호령은 잠들지 않는다 중국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 선양 청나라 도읍지로 숨겨진 관광지 선양고궁 등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랴오닝성의 성도인 선양은 청나라 도읍지이자 중국 최대 공업 도시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시 면적은 3495㎢로 서울의 5배 가량 되고, 인구는 약 750만 명이다. 충칭·상하이·베이징·광조우에 이어 중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중국 동북 지구의 정치·경제·문화·교통·무역·금융·과학·관광 중심지이기도 하다. 연간 선양을 찾는 외국인은 약 20만 명. 동북 지구 최대 도시답게 구석구석 볼거리·먹을 거리·놀거리 등 관광 자원이 풍부하지만 업무차 방문객이 대다수를 차지할 만큼 관광과는 아직 거리가 있는 편이다.
■중국 마지막 통일 왕조의 요람
선양은 17세기 초 만주족을 통일한 누르하치가 후금을 세운 후 9년 만에 새 도읍지로 정했던 도시로 그의 아들이자 국호를 청으로 고친 태종이 죽을 때까지 이곳은 만주 일대를 지배한 본거지였다.
이 때문에 선양에는 청나라 초기의 유적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누르하치가 정사를 펼쳤던 선양고궁, 동쪽의 동릉, 북쪽의 북릉 등이 꼽힌다. 동릉과 북릉은 누르하치와 청 태종의 무덤으로 선양고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됐다.
시내에 있는 선양방송타워에 오르면 선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옅은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웠지만 사방을 돌아봐도 얕은 구릉 하나 보이지 않는 지평선의 연속이다. '만주 벌판'이란 단어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선양은 중국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새로 들어선 마천루와 아파트 단지가 뒤섞여 있다. 선양고궁은 타워에서 동북쪽, 빌딩숲 사이에서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동쪽과 북쪽에서 황금색 기와 건물을 찾으면 이 또한 동릉과 북릉이다. 황제가 거처하던 궁전이나 무덤만이 갖는 특권이다.
선양고궁은 1625년 짓기 시작해 1636년 완공됐다. 베이징의 자금성에 이어 궁궐로는 두 번째 규모다. 자금성과 마찬가지로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직사각형 형태로 돼 있으며, 청나라 초기의 왕궁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다. 색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만주족의 습성이 많이 반영돼 자금성과 달리 화려하며, 만주족·한족·몽골족의 건축 문화가 혼재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300여 칸에 이르는 90여 개의 건물로 된 선양고궁은 원래 모습 그대로다. 전쟁 혹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거나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 헐리는 다른 유서 깊은 건물과 달리 400년 가까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동릉과 북릉의 구조는 비슷하다. 긴 직사각형 형태의 성을 쌓은 후 그 안에 제실을 둔 형태다. 무덤은 제실 뒤에 있는데 동산만하게 흙을 덮은 후 입구는 회를 이용해 봉하는 형태다.
시내에서 약 11㎞ 떨어진 동릉의 원래 이름은 복릉이다. 누르하치와 그의 황후가 잠들어 있는 무덤으로 선양의 동쪽에 있다 해서 동릉으로 불리고 있다. 1629년에 조성하기 시작해 후대 황제들에 의해 여러 차례 수리되면서 정홍문·108계단·융은문·동서배전·대명로 등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누르하치의 아들 청 태종의 묘가 있는 북릉은 동릉에 비해 규모도 훨씬 크고 화려하다. 청조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만들어졌으며, 면적만도 450만㎡에 이른다. 입구를 들어서면 능까지 약 1㎞를 걸어가야 한다. 좌우로 펼쳐진 넓은 인공 호수와 우거진 수풀은 산책로로 더없이 좋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정문과 능을 왕복하는 전동 카트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왕복 요금 10위안(약 1250원).
동릉과 북릉은 유감스럽게도 문화혁명 당시 상당한 훼손이 있었다. 당시 홍위병에 의해 건물 대부분이 파괴됐으나 최근 복원됐다.
- 170년 역사 만두집·세계 최대 공원 선양공원
선양의 변화는 눈이 부실 정도다. 중국의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번화가의 경우 수많은 상점과 밀려드는 인파 등은 한국과 다를 바 없다. 선양에서는 대표적 쇼핑 거리인 중지에(中街), 중국 최대 시장인 우아이시장,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의 코리아타운 서탑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원인 선양공원 등이 가 볼 만하다.
■중지에
선양고궁 길 건너에서 약 1㎞ 이어지는 중지애는 서울의 명동과 흡사하다. 세계 유명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으며, 특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선양의 대표적 요리인 꼬치를 사 들고 길거리에서 먹는 모습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동쪽 끝에는 170년 된 만두집 라오비앤이 있다. 만두만 36종류에 이르고, 가격은 1인분에 6위안(약 750원)~60위안(약 7500원)이다.
■우아이시장
동대문 주변 상가보다 훨씬 크다. 매장을 둘러보려면 하루 종일 걸려도 부족할 지경이다. 길에는 중국인의 대표적 이동 수단인 자전거가 보관대에 끝없이 보관돼 있으며, 택시 영업을 하는 꼬마 삼륜차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중국 최대의 짝퉁 시장도 이 안에 있다.
■서탑가
미국 LA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상점이 밀집된 지역이다. 과거 선양에는 동서남북에 탑과 절을 지어 경계를 표시했는데, 서쪽 경계인 서탑 일대를 지칭한다. 서탑가의 코리아타운은 일제 시대 서탑 부근에서 국밥 장사로 독립 운동 자금을 지원했던 8명의 독립 지사 부인들의 가게에서 시작돼 이젠 사방 1㎞에 걸쳐 1000여 개의 상점이 영업 중이다.
■선양공원
동릉공원에서 자동차로 약 10분 정도 동북쪽으로 더 가면 닿는다. 넓이만도 245㏊에 이른다. 지난해 세계원예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설치한 세계 주요 국가의 정원, 공원의 랜드마크인 백합탑, 우거진 수풀과 호수공원 등 볼거리가 많다. 셔틀버스가 상시 운영되는데 20위안(약 2500원)을 내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