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는 '어색한 동거'라는 시각도 있지만 당사자들은 오히려 떳떳했다. 서정환 감독의 요청으로 배터리 코치로 KIA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조범현 SK 전 감독 이야기다.
조 신임 배터리 코치는 20일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다. 이에 앞서 연봉 1억원에 계약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코치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김상훈 등 선수들의 훈련을 이끌었다.
조 코치의 영입은 최근 KIA의 팀 상황 및 몇 년간 관례가 되버린 시즌 중 감독 사퇴와 맞물리면서 '서 감독의 후임'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조 코치는 단호했다. 이와 비슷한 질문을 하는 취재진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실례"라면서 정중히 사양했다. 이어 "사실 18일 서 감독님을 만난 뒤 하룻동안 고민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린 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러나 지도자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강한 욕구로 돌아오게 됐다. 기회를 주신 서 감독님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감독에서 코치로 '강등'된 부분에 대해선 "이번이 처음이라 부담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KIA가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선수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게 내 임무"라고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서 감독도 조 코치에 힘을 실어줬다. "내가 도와달라고 해 데리고 온 사람이다. 감독 교체에 대한 소문이 나돌겠지만 의식하지 말고 소신껏 지도력을 발휘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서 감독과 조 코치는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을 뻔한 적이 있다. 1999년 삼성 사령탑이던 서 감독은 시즌 후 쌍방울과 계약이 끝나는 조 코치에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고, 영입에 성공했으나 조 코치 입단 후 자신이 경질되는 바람에 함께 하지는 못했다. 7년 만에 성사된 서 감독-조 코치 콤비가 위기에 빠진 KIA호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