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게임에 열중할까? 아직도 게임을 "기껏해야 아이들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1980년대 말 유행했던 '테트리스' 게임을 기억해 볼 만하다.
90년대 중반 일본에서 나온 '게임대학'(아카오 고우이치·히라바야시 히사가즈 지음)이라는 유명 게임 입문서에는 테트리스에 담긴 숫자 7의 비밀과 사람들이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가 나온다.
테트리스는 85년 러시아 과학자 알렉세이 파지토노프가 연구실에 있는 인도제 IBM PC 호환기로 만든 게임이다. 89년 전 세계에 빅 히트를 쳤고 모두 2000만 명이 즐겼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테트리스의 비밀은 블록이 모두 7개라는 것이다. 50년대 하버드대 조지 밀러는 '마법의 숫자 7'이라는 논문에서 "인간은 동시에 7종류를 기억할 수 있다"라는 획기적 주장을 펼쳤다. 처음 미국 전화번호가 7자리였던 것도 이 설을 따랐다는 말이 있다.
러시아어 테트리스에는 Ɗ개의'라는 의미가 있다. 4개의 칸을 연결시키면 그것이 우연히도 블록 조합수는 7종류가 된다. 이런 보이지 않는 7의 비밀이 하면 할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묘한 마력이 되었고, 빠른 두뇌 회전과 함께 익숙한 손놀림을 요구하는 놀이가 되었다.
1억 7000만 개가 팔려 세계 최대 베스트셀러 게임인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철저히 과학적이다. 그러나 장애물이 나오면 과학보다는 되돌아가기 등 허구를 설정한다. 현실에 허구를 결합한 것이 이 게임의 절대 묘미다.
게임은 놀이다. 그리고 보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노는 것이다. 게임의 탄생이 원자폭탄의 개발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58년 세계 최초의 게임 '테니스 포 투'를 개발한 과학자 윌리 비긴보섬 박사는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개발 동기는 단 하나. "과학과 친숙해지기 위해서"였다. 이후 62년 MIT 공대생이 만든 두 번째 게임 '스페이스 워'가 탄생한다. 우주 공간에서 두 대의 로켓으로 적함을 파괴한다는 상상을 게임으로 꽃피웠다.
테트리스엔 얼핏 보면 규칙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이라는 숫자의 비밀과 더불어 다음에 어떤 블록이 나오나 하는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운'이 숨어 있다.
뛰어난 게임 개발자들은 테트리스의 7의 비밀과 슈퍼마리오의 묘미처럼 게이머들이 무의식 중에 도취되어 의식적으로 빠져들게 하는 비밀을 알고 있다. 그래서 "뛰어난 게임은 합법적 마약"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추억의 게임 테트리스는 과학에서 게임으로, 그리고 생활 필수품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파지토노프가 미국에 이주하면서 저작권 회사를 차려 요즘은 테트리스를 온라인에서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내 주위엔 여전히 모바일·PC를 통해 의외로 많은 사람이 테트리스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