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밤일로의 맛거리는 인근 지역민에도 생소하다. 음식점들이 홍보에 신경을 안 쓰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근의 그린벨트로 맛집 거리 조성에 발목이 잡혀 있어 '뜨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교통체증 걱정없이 맑은 공기와 숨겨진 맛을 느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더욱이 서울에서는 지방이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아닌가. 단점이라면 한정식과 고깃집 위주로 구성되어 음식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 정도다.
'더나무'는 한우구이와 한정식으로 정평이 난 집. 한우는 가격은 높은 편이나 언제 찾아도 치밀한 마블링의 질 좋은 고기를 내온다. 양념갈비를 제외하고 모든 메뉴가 한우인 점도 '전문점'이라는 신뢰를 더한다. 고기는 인근의 독산동과 마장동 우시장에서 들여온다. 한정식 메뉴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용수산' 출신 한정식 담당 주방장이 선보이는 개성식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탕평채, 달콤한 땅콩들깨 소스가 뿌려진 샐러드, 불고기 냉채 등 코스로 내오는 남다른 조리법의 요리는 신선하다. 깔끔하게 내오는 모양새가 귀품있고 먹는 맛을 더한다. 장굴비 정식 1만2000원, 갈비(130g) 3만원.
'장수촌'은 누룽지와 삼계탕의 진수를 선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압력솥 끓어오르는 소리와 구수한 냄새가 먼저 반긴다. 대표 메뉴인 누룽지 삼계탕을 주문하면 토종닭 백숙이 한 접시 먼저 나온다.
부드러운 육질은 찹쌀과 어우러져 부드럽고 담백하다. 일반적인 한방의 맛이 거의 나지 않는다. 닭을 다 먹을 즈음엔 냉면 그릇보다 큰 뚝배기에 닭죽과 그 위에 노릇노릇한 찹쌀 누룽지가 얹혀 나온다.
닭의 육수와 찹쌀 누룽지의 고소함, 죽의 부드러운 맛이 별미다. 하나를 시키면 네 명이 먹기에도 넉넉한 양이다. 반찬이래야 깍두기, 갓김치 동치미, 겉절이, 고추가 전부. 하지만 맛이 탁월해 한 테이블에서 겉절이만 서너 접시씩 비워낸다. 누룽지 삼계탕 2만8000원.
파주의 자연주의 레스토랑 '프로방스'를 이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 파주보다 작고 메뉴도 적지만, 음식값이 3000~4000원 정도 저렴하다.
프로방스는 특히 여성 단골이 많다. 꽃과 화이트 톤의 가구들와 원색의 패브릭이 어우러진 핑크·그린·블루의 컬러 테마를 가진 인테리어가 그들이 즐겨 찾는 이유다. 음식도 이탈리아식 스테이크와 파스타로 깔끔한 입맛을 찾는 여성들에게 딱이다. 특히 안심스테이크와 왕새우를 맛볼 수 있는 정찬 A코스 (2만6000원)를 추천한다.
양이 적은 듯하지만 식사를 마치면 포만감에 마음도 충만해진다. 샥스핀 같은 게살스프도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식사 후엔 주자장으로 빠지는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걷는 것도 좋다.
풀잎채는 푸짐한 퓨전한정식을 전문으로 한다. 메뉴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밥상에서 귀한 손님을 모시는 자리에 적합한 코스 정식까지 다양하다. 특히 평일 오후 3시까지만 가능한 점심 특선(1만원)은 가격 대비 만족도를 선사한다.
보쌈·두부김치·생선 조림 등 16가지 찬과 된장찌개·비지찌개를 내온다. 특히 계절 나물 찬이 맛깔스럽다. 요즘 내주는 소금과 들기름만 넣고 볶은 가시오가피 나물 반찬은 강원도 산골의 향을 그대로 담아낸 소박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