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줄타기, 해학 넘치는 죽을판 살판, 신명나는 풍물굿. 청명한 가을 하늘을 통째로 마당 삼아 자유롭게 뛰노는 남사당패가 가을 바람을 타고 찾아온다.
마당놀이의 인기가 부활하고 있다. 마당극을 소재로 한 영화와 뮤지컬에 이어, 세계 일류를 자랑하는 한국의 비보이 공연까지 모티브는 모두 마당극이다.
그 마당놀이의 원류를 찾아가다보면 안성남사당풍물패를 만나게 된다. 장터와 길거리에서 어름(줄타기), 살판(땅재주), 덜미(꼭두각시극), 덧뵈기(탈놀이), 버나놀이(접시돌리기), 풍물 여성마당으로 필부필녀들을 웃기고 울렸던 안성남사당풍물패는 조선시대 최초의 대중예술단이었다.
또한 유일한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는 조선 최고의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달 2일부터 열리는 안성바우덕이축제는 남사당패와 바우덕이를 주인공삼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매년 5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발돋움했다.
축제는 2일 오후 7시 '곰뱅이 트기'로 문을 연다. 곰뱅이 트기는 축제를 열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 남사당패의 전통의식. 이어 3일 오후 6시 안성시내 남사당패와 해외 공연단, 관객이 한데 어울리는 '바우덕이 길놀이' 가 흥을 돋운다.
축제가 열리는 5일 동안 안성 강변공원 메인 무대에서는 남사당 여섯마당이 상시적으로 펼쳐진다. 이 중 영화 '왕의 남자'에 대역으로 출연했던 어름산이 권원태와 국내 유일 여자 어름산이 박지나·서주향, 줄타기 신예 김민중이 펼치는 화려한 줄타기 묘기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이다.
신명나는 공연에 어깨를 들썩이고 난 뒤, 강변공원 곳곳에서 펼쳐지는 축제 따라잡기 체험으로 흥을 돋울 수 있다. 특히 전통문화 전수자에게 직접 배우는 남사당놀이 여섯마당은 가족끼리 참여하기에 좋다.
'몸으로 배우는 풍물놀이' '어름산이 되어보기' '덩덕궁이 악기강습' '구르방방 살판' '덜미인형과 친구되기' '뱅뱅돌이 버나놀이' '얼쑤 탈놀이' 등을 체험하며 안성 강변을 뛰어다니다 보면 남사당이 된 듯 신명이 넘친다.
옛 조선장터 모습도 재현된다. 조선 후기 영·호남과 서울을 연결하는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였던 안성장터를 그대로 재현한 장터에서 '안성맞춤'이란 말이 내려올 정도로 유명한 안성유기를 비롯해 한지전·나뭇전·초물전을 직접 볼 수 있다.
도리깨로 콩 털기, 벼 훑기, 새끼 꼬기 등 옛 농가의 추수체험과 가축장터·장터 씨름판 등 생생한 조선 시대 장터도 경험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 및 단체 예매 문의 02-6012-9630
안성=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이동희 안성시장 "내실있는 문화의 도시로 가꾸겠다"
- 안성바우덕이축제의 경쟁력은?
"요즘 한국의 비보이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데, 그 원류가 바로 남사당풍물단이다. 남사당 여섯마당 중 살판이라고 있는데,길거리에서 관객과 호흡하면서 여러가지 장기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요즘의 비보이 공연과 스타일·내용이 흡사하다.
이런 전통과 현대의 놀이를 조화시켜 축제 속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여러 문화축제 중에서도 가장 내실 있는 축제라고 생각한다."
- 축제 기간 동안 안성 시내가 마당놀이의 무대인가?
"안성은 인구 17만의 작은 도시로 시내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축제 기간 동안 안성천변을 중심으로 시내 공터에서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10월 3일 저녁에서 밤 늦게까지 진행되는 바우덕이 길놀이는 일본의 어떤 마츠리(전통 축제) 못지 않은 퍼레이드가 될 것 같다. 안성 시내 전역을 모두 막고 진행하는데, 벌써 시민 5000여 명이 참가 예약을 해놓은 상태다."
- 남사당풍물단을 보존하고 계승하는데 안성시의 노력은?
"예전부터 자연스럽게 후진을 양성하고 있는 남사당풍물 보존회가 있고,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안성시가 운영하는 시립 남사당전수관이 있다. 앞으로는 이런 학교를 세워 풍물단원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는 국내의 '쟁이와 장이'를 모두 끌어모아 '대한민국 쟁이들의 축제'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주변볼거리
■남사당전수관
매주 토요일 마다 상설공연이 있다. 영화 '왕의 남자' 권원태씨의 공연을 매주 볼 수 있는 곳이다. 주말마다 전국에서 매주 2000명 가량의 가족과 커플들이 모여들어 공연 출연자들과 한덩어리가 되어 신명나는 한마당이 펼쳐진다.
상설공연은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아이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체험교실(참가비 1만원)은 오후 4시 30분에 진행된다. 031-678-2931, 상설공연 무료, www.남사당놀이.kr
■ 안성맞춤 박물관
유기를 중심으로 안성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는 테마 박물관이다. 조선시대 왕가와 민가의 소중한 생활용품이었던 유기의 역사와 제기·반상기·유기의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6가지 특산물과 안성 농업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는 향토 박물관이다. 또한 시내에 있는 안성맞춤 유기 공방(031-675-2590)에서는 진품 유기를 구입할 수 있다. 031-676-4652, 9:00 ~ 18:00, 입장료 500원.
■안성 술 박물관
술 박물관은 술과 관련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술의 제작방법과 재료 및 술의 종류를 상세히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장소로 야외 전시관에는 전통주를 빚을 수 있는 부뚜막 시설과 술방(발효,숙성실)이 있어 우리술 빚기 시연과 체험을 할수 있다.
어른들은 과거로의 여행을, 아이들은 색다른 체험과 교육의 장이 된다. 박물관 옆으로 식당도 운영하는데 음식맛이 깔끔하다. 031-671-3903
●맛집
안성은 한우와 국밥·붕어찜 등이 유명하다. 안성맞춤 한우는 송아지 때 고유의 아이디(ID)를 부여받는다. 첨단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심 한우'인 셈이다.
안성맞춤 한우촌(031-673-5550, 등심 1인분 3만 2000원)은 2006년 경기도가 선정한 10대 음식점에 선정된 맛집. 이곳의 한우는 '약전한우'라고 하는데 직접 개발한 약제를 섞은 사료로 키운다. 안성장터(031-674-9494, 국밥 5,000원)는 3대를 잇는 국밥집으로 마당에 놓인 커다란 가마솥에서부터 내공이 느껴진다. 1930년대부터 팔아온 진한 국물맛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