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추리퀴즈] 채송화밭에 쓰러진 피살자가 사망한 시간은?
어느 날 오전, 채송화가 만발한 꽃밭에서 추리소설가 황세연씨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부터 은요일 요원은 황씨를 주시하고 있었다. 황씨는 몇 달 전부터 어느 스포츠 신문에 추리소설을 연재해왔는데 소설의 내용 중에 단속에 걸리지 않는 신종 환각제를 만드는 방법을 그럴 듯하게 묘사한 부분이 있었다.
외용 약제로 쓰이기도 하는 채송화에서 어떤 성분을 추출해 강력한 환각제를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었다. 만약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송화를 이용해 간단한 방법으로 그런 환각제를 만들 수 있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은 요원이 신종 환각제 조사를 위해 충남 청양에 있는 황씨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보니 그는 자신의 작업실 주변 수백 평에 온통 채송화만을 심어 놓고 있었다. 그런 걸 보면 황씨는 채송화를 이용해 단속에 걸리지 않는 신종 환각제 제조법을 정말 알고 있거나 최소한 그게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황씨를 만난 은 요원은 소설에서처럼 채송화로 정말 신종 환각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그는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은 요원은 황씨를 상대로 몇 가지 조사를 했지만 그가 채송화를 이용해 환각제를 만들었다거나 만들어 보려고 시도를 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은 요원은 황씨의 시체가 옮겨져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부터 들렀는데 시체를 검안한 전문가들은 죽은 지 3일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황씨는 흉기로 머리를 여러 차례 얻어맞고 사망했다.
은 요원이 충남 청양으로 내려가 조사해 보니 인근에 사는 두 사람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마동포씨와 금나라씨였다. 두 사람은 황씨의 소설을 읽은 뒤 신종 환각제 제조법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 왔다.
두 사람은 황씨의 소설이 사실이어서 단속에 걸리지 않는 신종 마약을 제조할 수만 있다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던 것 같았다. 두 사람 중에 누군가가 마약 제조법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황씨를 무참히 살해한 것 같았다.
예상대로 두 사람은 자신은 결코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사건이 일어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인근에 있는 공장의 경비원이었는데 사건이 일어나던 날 마씨는 아침 6시에 출근해 오후 3시에 퇴근했고, 금씨는 오후 3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경비를 선 뒤 퇴근했다.
그들이 경비를 서는 공장은 사람들의 눈이 많아 경비를 서다 말고 근무지를 이탈해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와 다시 경비를 섰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황씨가 언제 살해되었냐가 범인을 찾아내는 결정적 열쇠였다.
하지만 현대의 법의학으로도 황씨가 살해된 정확한 시간을 추정해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3일 전 아침에서 밤 사이 살해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법의학적 추정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정황이 그랬다.
황씨가 살해된 장소이자 시체가 발견된 테니스장 크기의 채송화 밭은 마치 붉은 융단이라도 깔아 놓은 것처럼 채송화가 만개해 있었다. 황씨가 쓰러져 있었던 장소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시체가 누워 있던 부분만 채송화 융단이 사람 모양으로 움푹 파여 있었다. 황씨의 몸이 3일 동안 채송화를 깔고 엎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씨가 쓰러져 있던 채송화밭을 살피던 은 요원은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하, 그렇군! 사건은 분명 오전에 일어났어. 3일 전 오전. 범인은 금나라야."
은 요원은 무엇을 보고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알았을까?
■정답 및 해설
채송화는 맑은 날 오전에 일제히 만개했다가 오후 2시께 꽃잎을 오므린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에 다시 활짝 핀다.
은 요원은 황씨가 쓰러진 뒤 줄곧 깔고 있었던 채송화를 살펴보았는데 꽃잎이 활짝 핀 상태로 눌려 있었다. 추리소설가 황씨 살인 사건은 꽃이 만개한 시간, 즉 금씨가 경비를 서지 않은 오전에 일어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