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의 매표소 밑 하산 길은 음식 만물상이다. 메인 거리가 되는 도로 양쪽은 산두부같은 두부 전문점에서 추어탕을 내오는 향촌, 도봉산 갈비, 고향산천쌈밥 등 등산객의 허기를 채워주는 단비 같은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대부분 20년 이상 오랜 연륜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맛집이다.
반면 도봉산역 길 건너편의 뒷골목을 중심으로 신생 음식점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양고기에서 생선구이까지 기존에 없던 메뉴들로 등산로 맛 지도는 더욱 다양해진다. 세월 따라 산세도, 등산객도 변하고 산 음식도 변해간다.
한 달 전 도봉산 밑에 둥지를 튼 '민락촌'은 이미 의정부 민락동에서 명성을 떨쳤던 생선구이 전문점. 생선은 내오는 모양새부터 유별나다. 모듬구이를 시키면 삼치·갈치·고등어·청어·꽁치가 넓은 철판 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나온다.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맛과 육질이 제각각이라 질리지 않는다. 구리·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사온 싱싱한 재료와 월계수잎·레몬 등을 넣어 만든 특제 소스를 발라 오븐에 굽는 조리법이 맛의 비결. 비름나물무침·계란찜 등 12가지 찬도 나무랄 데 없다. 모듬구이 2만원(2인 기준, 3인 이상 시 1인당 2000원 추가).
'세 자매 용대리 황태전문점'은 강원도 용대리의 황태로 음식을 만든다. 주인의 세 딸 사랑이 담긴 이름도 재미있다. 간판 이름처럼 음식 맛은 꾸밈없이 소박하다.
해물 황태찜을 시키면 황태구이 옆에 콩나물과 쭈꾸미·낙지·미더덕·새우 등을 넣은 해물찜을 따로 내오는 것이 이채롭다. 본 재료의 맛을 살린 매콤함이 감칠 맛을 더한다.
직접 만든 동동주를 더하면 피로가 싹 가신다. 찬은 다소 빈약하다. 기본 찬으로 내주는 간장게장과 황태해장국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 해물 황태찜 1만5000, 2만원.
'조기천 양고기'는 프랜차이즈 매장이지만 고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반찬을 직접 만든다. 텃밭에서 딴 야채, 양뼈 육수로 끓인 선지 해장국, 양파절임과 무절임, 파채무침, 동치미가 전부로 반찬 가지 수는 많지 않다. 눈에만 좋은 형식적인 반찬은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는 8개월 된 호주산 양고기를 사용한다. 와인을 발라 구워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줄였다고는 하나 초보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양파절임과 함께 먹는 것이 방법이다. 건강식을 지향한다면 중의사 주인장의 양고기 예찬도 들어보자. 양 삼각 갈비 1만6000원.
쌈밥전문점 '고향산천'은 이미 많은 언론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 주말은 줄서서 먹어야할 정도다. 쌈밥을 시키면 당귀·겨자잎·쪽파 등 16가지 쌈야채을 가득 내준다. 직접 구운 삼겹살 고기 한 점을 함께 내 온 곤쟁이젓이나 갈치숙젓에 찍어먹으면 곰삭은 맛이 더해져 입안이 풍부해진다.
채반에 보리밥도 내주는데 열무김치·우거지 등의 반찬과 강된장을 넣고 비비면 그 맛이 일품이다. 음식은 전체적으로 칼칼한 전라도식이다. 쌈밥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