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두산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양팀의 간판 선수 못지 않게 관심을 모으는 라이벌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나주환(23)-이대수(26)가 펼치는 유격수 대결이다.
둘은 올 시즌 초반인 4월 29일 맞트레이드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새로운 둥지에 몸담은 첫 해에 가장 큰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벌이게 됐다.
두 선수는 새 팀에서 단숨에 내야의 핵으로 자리잡으며 소속 팀의 정규시즌 1·2위에 기여했다. SK는 나주환의 가세 덕분에 정근우에게 원래 전공인 2루수를 맡길 수 있어 내야 수비가 탄탄해졌고, 두산 역시 이대수가 유격수로 나선 뒤 내야 전체가 안정을 되찾았다.
정규시즌 양팀의 맞대결에서는 이대수가 나주환보다 좀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이대수는 SK와 12경기에서 타율 3할4푼1리(44타수 15안타) 1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6월 16∼17일 문학 경기에서 이틀 연속 결승타를 때려내며 친정팀을 울렸다. 반면 나주환은 두산과 13경기에서 타율이 1할7푼2리(29타수 5안타)에 그쳐 한국시리즈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22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는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나주환은 수비 강화를 위해 2루수 정근우와 키스톤 콤비를 이룰 것이 유력한 반면 이대수는 불의의 부상으로 출장이 불투명하다.
지난 17일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수비 도중 왼 무릎 인대 손상을 입은 이대수는 21일 상태가 다소 호전돼 잠실구장에서 티 배팅과 간단한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나 아직 좌우 타구 수비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 1차전 출장 여부는 당일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21일 "만일 이대수가 안 될 경우 신인 오재원를 유격수로 내보내겠다"고 말했다.
나주환은 21일 훈련을 마친 뒤 "지난 주에는 매일 밤 9시까지 혹독한 훈련을 했다. 상대가 친정팀이지만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부상 뒤에도 계속 뛰겠다는 의욕을 보여준 이대수는 "처음 맞은 한국시리즈인 만큼 꼭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투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