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후보자 36명이 금강산 온천을 찾았을 때다. 남자들은 넘보지 못할 금남의 구역, 여자들만의 노천온천. 그런데 세계 각국 미모의 여대생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온천욕을 즐길 때 검은 정장 차림으로 말없이 그들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여자 경호원 박경민(21)씨였다.
■흉흉한 시대, 여자 경호원 수요 늘어나
여자 경호원이 뜨고 있다. 올해는 특히 지난 8월 '홍대 앞 여직원 살인 사건' 등으로 밤길을 걸어다니는 여자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여자 경호원이다.
경호업체 '예죽'의 송영남 대표는 "여자 경호원을 찾는 여성 의뢰인들의 문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경비협회 신변분과위원장이기도 한 송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등록된 310여 개의 경호업체에서 여자 경호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여자 경호원들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여성 의뢰인이 24시간 동행을 원하는 경우, 여자 경호원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경호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경호업체 '엠세트'의 김성철 CSO는 "여자 연예인들이 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장소에서 공연을 할 때 여자 경호원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여자 경호원은 숙소·탈의실·화장실에서까지 여자 의뢰인을 지킬 수 있어 경호의 사각지대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여자 경호원은 가정 폭력·스토킹에 시달리거나 이혼 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여자들의 경호를 도맡는다. 동성인 여자 경호원들이 이들 의뢰인의 마음을 보다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박경민 경호원은 남편을 보기만 하면 사색이 되는 여성 의뢰인이 남편과 마주치지 않고 이혼 소송을 마칠 수 있도록 경호했다. 박씨는 "의뢰인이 동성인 나에게 편한 마음으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벌어질 만한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경호는 역시 남자가? 편견 때문에 힘들어
그러나 여자 경호원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경호는 일단 힘이 필요한 일"이라는 세간의 인식 때문이다.
박 경호원은 "남자 의뢰인이 경호를 요청했는데 여자 경호원이 나가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매일 운동을 하지만 남자에 비해 체력이 달릴 때도 있다. 행사장에서 한두 시간 쪽잠을 자고 12시간 이상 서있다 보면 몸은 파김치가 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해가는 선구자들이 있기에 여자 경호원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송영남 대표는 "아직 여자보다 남자 경호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종종 여자 경호원이 꼭 투입돼야 할 때가 있다"라며 여자 경호원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