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가 태어난 전북 순창군 순창읍 순화리는 산이 병풍처럼 사방을 두르고 있다. 풍수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마치 엄마 품 같은 아늑하고 포근한 곳이다.
이 지역은 전북 최고의 명당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홍안남비(鴻雁南飛: 남쪽에서 크고 작은 기러기가 날아와 앉다) 지형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기러기가 가장 먼저 날아와 앉는 산이 금산이다.
정 후보가 태어난 순화리 바로 뒤에 버티고 있는 주산이다. 특이한 것은 정 후보 생가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수령 300~400년의 느티나무 여섯 그루가 있다는 점. 순화리 사람들은 이 느티나무를 '신성나무'라 부른다.
정 후보가 유년 시절을 보낸 통안리 바우재는 풍수상으로 좋은 땅이다. 배가 큰 바다로 향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한 지관은 "정 후보는 기러기가 날아드는 형세의 곳에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배가 움직여 망망대해로 뻗어가는 곳에서 유년기를 보내 풍수상으로 볼 때 최고"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가 태어난 오사카 히라노구는 딱히 풍수론을 들먹이기가 곤란하다. 흔히 풍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이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다. 이 후보 출생지에선 이런 곳을 찾기 힘들다. 지금은 현대식 건축물이 들어섰지만 이 후보가 출생할 당시만 해도 이곳은 목축 지대로 유명한 허허벌판이었다.
이곳에서 거의 한평생을 보낸 한 교포 노인은 "풍수적으로 어떤 곳이냐"라는 물음에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했던 빈민촌에 무슨 풍수가 있었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이곳은 풍수 이전에 오사카에서 조선인들의 기개가 흐르는 대표적인 곳이다"라고 자부심을 잊지 않았다. 정병철 기자
'신성나무'로 불리는 수령 300~400년의 느티나무. 정동영 후보 생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우뚝 서 있다. 이명박 후보 생가 지역의 거리 풍경이다. 50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
●정 후보와 이 후보가 출생한 날 무슨 일이?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것 가운데 또 다른 하나가 출생일이다. 정 후보는 1953년 7월 27일 한국 전쟁 휴전 협정일에 태어났다. 반면 이 후보는 태평양 전쟁의 서곡이 울린 1941년 12월 19일 태어났다. 두 후보가 출생했던 당시의 신문에서도 두 사람의 대비점을 엿볼 수 있다.
정 후보가 태어난 이틀 뒤인 1953년 7월 29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7. 27. 상오 10시 11분 휴전 협정 조인 완료"였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휴전 문서 서명 내용 및 한민족 특별 담화문을 게재했다.
이 후보가 태어난 날 일본 아사히 석간 1면 톱기사는 "미국 태평양함대 대부분 파괴"였다. 이어 우리의 무적 해군이 대전과를 세웠다(적 전함 5척 침몰, 4척 파괴, 적 비행기 464기 이상 폭격) 등 온통 전쟁 승전보 기사로 지면을 가득 메웠다.
정 후보가 휴전 협정일에 태어났기 때문일까. 정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출생일 의미를 한껏 고양시키고 있다. 정 후보는 스스로 '평화 대통령'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정 후보의 대선 로고송에도 평화 대통령이란 단어가 반복된다.
이 후보에게 12월 19일은 무척 뜻깊은 날이다. 이 후보가 큰 뜻을 품은 대권이 결정되는 투표일이 묘하게도 자신의 생일과 겹친다. 한 가지 의미가 더 있다. 부인 김윤옥(62)씨와 결혼한 날도 이날이다. 오는 19일이 이 후보에게 어떤 역사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