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STX는 왜 야구단 대신 게임단을 선택했나
일본 말 중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하나카다(花形)가 있다. 원래 꽃 모양 장식 괘를 뜻하는 것으로 ‘잘나가는 산업’을 비유할 때 쓰곤 한다.
이 하나카다의 대표 아이콘인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긴테쓰·세이부·한신 등은 민영 철도회사고, 요미우리·주니치 등은 신문과 방송을 소유한 회사들이다.
21세기 들어 이런 전통에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야후 재팬을 소유한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는 이동통신 보다폰(현재 소프트뱅크)과 함께 슈퍼마켓 체인이 구단주였던 다이에 호크스를 인수했다. 라쿠텐(樂天)이라는 쇼핑몰 분양 업체도 긴테쓰 구단을 샀다. IT기업의 야구단 소유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 것이다.
예는 더 있다. 미국의 시애틀 매리너스의 구단주는 일본의 게임사 닌텐도의 창업자 야마구치 히로시다. 그 덕에 일본의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 팀에 입단했고, 팀 중계 때마다 포수 뒤 광고탑에 항상 닌텐도 광고가 나온다.
한국에선 최근 조선·철강 등에서 초고속 성장 신화를 쓰고 있는 STX 그룹이 현대 팀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가 손을 뗐다. 이 그룹에는 이미 STX SOUL이라는 프로게임단이 있다. 결과적으로 STX는 프로게임단엔 “Yes”, 프로야구단엔 “No”를 한 형국이 되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단은 삼성·현대·LG·SK·롯데·기아·한화·두산 등 8개로 지역 연고제와 함께 전통적 굴뚝 산업이 주다.
이에 비해 모두 13팀인 e스포츠 스타크프트 프로게임단은 게임 방송 2팀(온게임넷·MBC게임), 게임사 2팀(한빛·위메이드), 이동통신사 2팀(SKT·KTF), 삼성전자 등 IT·게임 쪽만도 7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선 야구보다 게임이 더 당대를 대표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원래 일본에서 긴테쓰를 인수하려고 했던 회사는 라이브도어라는 인터넷 포털업체였다. 젊은 데다 M & A의 귀재였던 기업주가 야구단을 인수하려 하자 와타나베 요미우리 신문 회장이 “젊은 친구가 감히 야구단을 산다고” 하며 강력 반발했고, 일본 열도가 찬반 논쟁에 휘말렸다. 결국 긴테쓰는 라쿠텐이 인수하게 되었다.
한국은 경우가 좀 다르다. 현대의 경우 농협이 인수하려 하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STX가 나섰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곧 포기했다. IT 기업은 언감생심이고, 오히려 전통 기업마저 야구단 소유를 기피하고 있다.
전통적 산업군인 STX가 야구단을 포기하고 게임단만을 갖게 된 것도 의문이다. 한때 코스닥 황제주로 잘나가는 IT 기업인 NHN이 야구단을 인수한다는 설이 떠돈 적이 있다. NHN 야구단은 과연 시기상조일까?
기획취재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