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이현세, 생애 최초 개인전 ‘잃어버린 신화전’ 열어
"솔직히 좀 설렌다."
생애 최초의 개인전을 갖고 있는 이현세 한국만화가협회장(53)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오는 24일까지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잃어버린 신화'전이 그 무대.
이 전시는 수난의 대상이 됐던 이 회장의 만화 '천국의 신화'를 모티프로 자유분방한 상상을 펼친다. 이 회장을 비롯, '천국의 신화' 표지 작가인 최태병 화백, 이 회장의 제자인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졸업반 학생 등 모두 8명이 '천국의 신화'에 등장한 창세기 첫날부터 창세기 열째날인 신시 배달 건국까지를 다양한 형태로 재현해 낸다.
이 회장은 "우리 민족에게 창세 신화가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천국의 신화'에서 창세 신화의 90% 정도는 내 상상력으로 보충했다. 우리 민족의 창세 신화는 과거 100% 존재했으나 고구려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왜 우리의 고유 신은 촌스럽고, 잉카나 그리스 로마의 신은 멋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전시의 모태가 된 만화 '천국의 신화'(전 4부 49권)는 지독히도 불행한 작품이다. 1997년 검찰로부터 음란물로 고소당하며 이 회장을 6년 동안 법정 투쟁에 휘말리게 했다. 마지막 연재 분량조차도 이 회장이 구상한 대로 끝나지 못했다.
이 회장은 "법정 투쟁을 하느라 잃어 버린 시간을 생각하면 화난다. 가장 열정적이었을 내 40대가 날아갔다. 그러는 사이 '천국의 신화'도 처음과 끝이 달라졌다. 40대 때 나는 세상을 투쟁의 역사로 바라보았고, 그 생각을 '천국의 신화'에 투영했지만 지금은 순리의 역사로 바라본다. 책을 잘 보면 그것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서부터 대단원까지 20년이 걸린 만화 '천국의 신화'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만화가 이현세가 꾼 가장 큰 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장상용 기자 [enisei@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