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2/3 이상에게 생소한 총.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군인이 아니라면 총을 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손맛을 들이면 뗄 수 없다는 사격. 특히 클레이사격은 야외의 찬바람을 마주하고 하늘로 솟구치는 표적을 강타하는 속 시원한 총성으로 안정적인 마니아층을 구축하고 있는 몇 안되는 인기레포츠이다. 사격장로 달려가 보자.
스트레스가 한번에 날아간다. 그리고 명사수의 타이틀은 저절로 얻게 될 게다.
●안전한 대중 레포츠, 클레이 사격
지난 19일 경기 화성의 경기도종합사격장. 통유리로 된 건물 안을 힐끔 보니 두 쌍의 부부가 한창 사격 강습중이다. 세 명의 건장한 남자들도 당구장 대신 이곳을 찾았다. 초행이 아닌 모양이다. 이번에는 누가 꼴찌를 해 일행 전체의 이용료를 낼 것인가로 설왕설래다.
현재 순수하게 클레이사격을 즐기는 동호인은 생활체육전국사격연합회에 등록된 회원만 약 6000여 명. 하지만 대한수렵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실제 클레이사격을 즐기는 인구는 약 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클레이 사격은 영국 귀족들이 비둘기를 날린 뒤 총으로 쏘아 맞추는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비둘기가 부족하고 너무 잔인하다는 비난이 커지자 진흙으로 만든 접시표적이 사용되면서 ‘클레이(Clay)’란 이름이 붙여졌다. 아직도 접시는 ‘피전(비둘기)’이라 불린다.
●명중의 쾌감
이 날 강의를 맡은 김기태(35) 교관의 지시에 따라 총기안전 이행 서류에 사인을 하고 주소와 이름을 적는다. 사격장에 상주하는 경찰도 눈에 띈다. 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레포츠라고 하지만 총기를 다루는 만큼 주의를 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농을 건넬 정도로 분위기는 편안하다.
귀마개와 조끼를 착용하고 총을 받아들었다. 날씬하게 빠진 엽총은 무게가 4㎏이라는데 꽤 무겁다. 먼저 김 교관으로부터 간단한 안전수칙과 총기사용 및 조작법 등을 배운다. 발은 어깨폭 만큼 벌리고 앞발에 약간 힘을 줘야 한다.
고개를 숙이고 뺨은 총의 개머리판에 붙인 뒤 피전이 튀어 올라갈 때 표적을 따라 자연스럽게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사격 요령은 총 끝으로 피전을 쫓다 총 끝과 피전이 일치될 때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무엇보다 감이 제일 중요해요” 김교관이 적중률을 높이는 애매한 비결(?)을 일러준다.
폼을 잔뜩 잡고 총구를 미리 조준한다. 사격 준비를 마친 뒤 ‘아’라고 나즈막히 신호를 보내면 오렌지색 피전이 솟구쳐 오른다.
순식간에 표적이 사라지므로 정신을 집중해 사격해야 한다. “타앙!” 고막을 찢는 우렁한 소리. 피전을 맞췄는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개머리판을 댔던 뺨과 어깨에도 진동이 얼얼하다. 산탄총이라 총탄이 넓게 퍼져서 웬만큼 비슷하게 조준하면 쉽게 접시를 터뜨릴 수 있다고 하지만 총알은 접시를 잘도 비껴간다.
클레이사격의 진수는 아마도 의외로 쩌렁쩌렁하게 큰 산탄총 소리와 산탄에 부서지는 표적 접시 깨지는 소리일 게다. 맞췄을 때의 그 짜릿한 느낌이란 아마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을 못한다.
또 탄약을 총의 가운데를 꺽어 제낀 다음 넣어야 하는데, 마치 한번에 쏙 빠져나오는 탄피와 뽀얗게 피어오르는 화약연기로 서부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기분 만점이다.
시속 40~60㎞라는 표적을 쫓다보니 25발이 순식간에 다 없어진다. 4㎏의 총을 든 채 표적을 쫓아야 하기 때문에 신체의 중심을 잘 잡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탕만 계속하던 차에 접시 표적이 산산조각나 떨어진다. 절로 환성이 터진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생각 만큼 표적 맞추기가 쉽지 않다. 총점 40점도 채 되지 않는 성적으로 사격장을 빠져나왔다.
●여자가 더 잘해
처음에는 군대에서 총을 쏴 본 경험이 있는 남자가 여자보다 오히려 적중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김 교관의 귀띔이다. 이유는 우선 ‘이미 알고있다’는 자만심에 가르친 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군대에서 사용하는 M16과는 달리 클레이 사격은 조준사격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한다.
총구와 움직이는 피전이 수평이 됐을 때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클레이 사격은 두 눈을 모두 뜨고 해야 하는데, 한 눈을 감고 조준사격하려는 습관이 가진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기본 장비
기본 장비인 엽총은 5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초보자일 때는 빌려 쓰는 것이 좋으며 구입할 경우에도 200만원 대의 중고 총이 적당하다.
귀마개와 색깔이 든 사격안경도 필수품. 복장은 간편한 평상복 차림이 무방하며 사격시 반동을 흡수하고 총이 안미끄러지도록 어깨에 가죽을 붙인 사격조끼를 입는 것이 좋다. 사격장에 가면 총기·탄환·귀마개·사격조끼 등을 모두 대여해 주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즐기기에 큰 부담은 없다.
▲전국 클레이 사격장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1라운드 25발을 기준으로 한번 사격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각종 장비 대여, 레슨비를 포함해 1만 6000~2만 8000원선. 클레이사격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서울 태릉의 종합사격장을 비롯해 전국 10개소이다.
서울 태릉국제종합사격장(02-972-0735)은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현재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고 있고, 전남의 나주종합사격장(061-333-5857)은 현재 공사중으로 7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전국의 사격장은 경기도종합사격장(031-352-6056)·횡성사격장(033-344-2500)·창원종합사격장(055-282-0900)·문경관광사격장(054-552-6673)·임실종합사격장(063-643-0104)·충북종합사격장(043-213-7041)·제주대유사격장(064-738-2704)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