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욕쟁이 할머니 올까?
“같이 해 봐! 원 투 쓰리 앤 포. 그렇지, 앞을 보면서.”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 남산창작센터 실내 연습장에서는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Last For One)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제17대 대통령 취임식 공연 연습이었다.
멤버들은 반팔 티셔츠 하나만 달랑 걸친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장단에 맞춰 프리즈(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허공에서 순간적으로 멈추는 동작)·헤드스핀(머리를 땅에 대고 돌기) 등의 동작을 연습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넓은 연습장에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겨울 한기가 감돌았지만 이들은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브레이크 댄스에 열중했다.
오는 25일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릴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은 파격이 돋보이는 국가 행사가 될 전망이다. 취임식에서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협연으로 비보이와 한울림 연희단의 아크로바틱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또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한 강종순(68)씨도 취임식에 초대받아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 행사에 라스트포원 비보이 공연도
오전 10~11시에 진행되는 식전 공연 중에는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상모 돌리기, 한울림 연희단의 아크로바틱 공연이 동시에 펼쳐질 예정이다. 뉴욕 뒷골목의 문화로만 알려졌던 비보잉은 이 공연에서 다채로운 문화와 어우러질 전망이다.
19일부터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합동 연습에 들어간 라스트포원 관계자는 “비보이가 무대 가운데에서 묘기를 선보이면 사물놀이패 단원 네 명이 비보이를 둘러싸고 상모 돌리기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한울림 연희단의 아크로바틱이 가세해 비보이와 배틀 형식으로 기량을 자랑한다.
라스트포원은 비보이 월드컵으로 불리는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2005년 우승, 2006년 준우승을 거머쥔 세계적 그룹이다. 이들의 공연이 국가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의 리더를 맡은 조성국(25)씨는 동·서양의 문화를 아우르는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소감으로 “이 같은 국가적 행사에 참여하게 돼 뿌듯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특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으로 “나라에서 이제는 언더 문화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젊은 사람들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욕쟁이 할머니 다시 모습 드러낼까
공연 외에도 취임식에는 이명박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일반인이 초대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인 참석자 중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TV CF에 등장했던 강종순씨의 참석 여부.
취임식을 준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당선인이 대선 운동 때 만난 일반인 중 취임식 때 초대하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욕쟁이 할머니도 취임식에 초대했는데 그분이 실제로 오실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취임식 무대는 국민을 바라보며 낮은 자세로 임한다는 새 정부의 모토에 맞게 최대한 낮게 꾸며질 예정이며, 이 당선인은 취임식 퇴장 때 자신이 초대한 일반인들과 악수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서 펼쳐질 공연 전반은 이명박 당선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결정한 '시화연풍(時和年豊=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을 주제로 형상화할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취임식 때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한복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민정 기자 [lyc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