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1년 365일 항상 태극기가 펄럭입니다.” 대대급 단위 부대 중 한국에서 최고 높은 곳(1050m)에 위치한 도솔대대의 대대장 손태권 중령이 부대를 소개하며 건넨 첫마디다.
순간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다 고개를 들면서 금세 그 뜻을 알아차렸다. 막사 앞 국기게양대에 걸린 태극기가 힘차게 휘날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말 단 1초도 쉬지않고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태극기는 온종일 힘차게 춤을 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씩씩한 모습과 닮아있다.
■매년 300㎞ 산악행군
내친김에 태극기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다. 이곳의 태극기는 잠시도 쉬지않고 펄럭이는 탓에 자꾸 해진다. 그래서 3개월이면 태극기를 교체해준다. 1년이면 다른 태극기를 네 번 보는 셈이다. 도대체 도솔대대가 어떤 곳에 위치하기에 이토록 주변환경이 열악한 것일까?
도솔대대는 강원도 양구에 위치해 있다. 백두대간과 이어지는 험준한 산들 사이에 놓여 있다. 대우산(1178m)·대암산(1304m)·도솔산(1148m)이 주위에 펼쳐져 있다. 부대가 도솔산에 위치하고 있어 도솔대대라 불리운다.
지난 1일 부대에 전입한 홍수민 이병은 “이런 곳에도 부대가 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도솔대대는 GOP와도 근접해 있어 수색정찰은 물론 매년 300㎞를 목표로 산악행군을 실시한다. 주로 산을 이동해야 하는 지리적 특성상 산악환경에 부합된 작전수행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홍 이병은 처음 받는 사격훈련을 위해 사격장으로 이동했는데 그것조차 만만치 않았다.
그는 “사격을 위해 산을 오르내린 시간만 왕복 세 시간이다.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그런데 선임병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걷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자신도 곧 튼튼한 체력으로 무장할 수 있기를 바랐다.
■환경 지킴이로도 맹활약
이곳은 연중 평균 190일 이상 안개가 낀다. 11월부터 3월까지 동계 평균기온은 영하 13도, 평균강설은 45㎝, 평균풍속 시속 10~43㎞이다. 체감온도가 영하 35도까지 떨어진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 훈련을 받다보니 오히려 장병들은 인내심과 함께 강인한 신체를 얻는다. 최승원 병장은 “훈련 중엔 눈에 젖은 전투화가 얼지 않도록 끌어 안고 잘 정도”라고 진저리를 치면서도 “이렇게 힘든 것을 이겨냈다는 성취감에 뿌듯해진다”고 말했다.
도솔대대가 맡는 대암산에는 한국 유일의 고층습원인 용늪이 있어 장병들이 생태계 보존을 위해 환경지킴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용늪은 1997년 우리나라 최초로 람사협약(국제습지조약)에 지정된 습지라 그 의미가 크다.
1304m에 위치한 대암선점 소대는 전술적 요충지역인 대암산 일대의 기동타격대 임무와 함께 용늪 관리를 위해 출입 인원을 통제하고 쓰레기 수거활동, 순찰활동 등에도 힘쓰고 있다. 최효순 상병은 “여름이 되면 희귀식물 등이 어우러져 너무 예쁘다. 이런 멋진 곳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데 기여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겨울 용늪은 채 녹지 않은 눈에 덮혀 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밑엔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물이 흐르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근 1년간 사건사고 한 번 없는 도솔대대 장병들의 끈끈한 전우애가 흐르듯 말이다.
■백두산부대는?
백두산부대는 1953년 1월 15일 강원도 양양에서 창설됐으며 64년에 양구 지역으로 이동했다. 백두산 부대라는 애칭은 창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를 꽂아 통일성업의 선봉부대가 되어줄 것을 당부하며 명명 됐다.
현재 사단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은 한국전쟁 중에 한국군을 비롯한 미군·프랑스군으로 편성된 연합군이 북한 및 중공군 1개군단 규모와 피와 땀을 흘려 확보한 땅이다. 전군 중 최장의 GOP 책임지역을 방어하고 있다.
■도솔대대는?
대대급 단위 부대 중 가장 높은 고지인 1050m에 위치해 있다. 1군 지역내 유일한 남침용 땅굴인 제4땅굴을 발견(1990년 3월)했다. 제4땅굴 관리소대인 펀치볼소초등 격오지 부대를 편성하고 있다.
■용늪은?
해발 1280m에 위치한 대암산 용늪은 끈끈이주걱·통발·달뿌리풀 등 10여 종의 천연기념물을 포함해 세계적 희귀식물 191종과 224종의 곤충·파충류 등 다양한 습지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4000~4500년에 걸쳐 형성됐으며, 동서 150m, 남북 100m 내외의 부정형으로, 2~3m의 이탄층이 형성돼있다. 1973년 7월 10일엔 천연보호구역 제246호로 지정됐으며 89년 12월 29일엔 ‘생태·경관 보전지’로, 99년 8월 9일엔 ‘습지 보호지역’으로 각각 지정됐다. 1997년 3월 28일 람사협약에 따라 국내 제1호 습지로 등록됐다.
양구=글 이방현 기자 [ataraxia@joongang.co.kr] 사진 김민규 기자 [mg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