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김선우(31·두산)가 또 직구만 고집하다 쓴맛을 봤다. 김선우는 한국 프로야구 데뷔전인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 4이닝 동안 7안타 2사사구(1탈삼진) 4실점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패인은 직구 위주의 피칭에 있었다. 김선우는 이날 던진 71개의 공 가운데 50개(70%)를 직구로 뿌렸다. 변화구 구사율을 높인 3회를 제외하곤 결과는 좋지 않았다.
7개의 피안타 가운데 1회 이현곤에게 맞은 안타(커브)를 제외하곤 6개의 안타가 직구를 던져 얻어맞았다. 직구만을 노리고 들어온 KIA 타자들에게 입맛에 맞는 공을 던져준 셈이다.
투수에게 가장 좋은 무기가 강속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변화구도 빠른 공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그 위력은 반감된다.
하지만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공끝이 없는 직구도 난타를 당한다. 김선우는 일단 실패의 원인으로 전자를 꼽았다.
경기 후 “포수 채상병과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기로 했는데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몸쪽을 요구하면 바깥쪽으로 공이 들어갔고 그것이 안타로 이어졌다. 직구의 힘이 떨어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과연 제구만의 문제일까. 김선우는 이날 최고 148㎞를 찍었고, 직구 평균 구속은 143~144㎞를 기록했다. 선발 투수로서 타자와 충분히 싸울 수 있는 구속이지만 타자들 압도하는 구속은 아니었다.
김선우는 이전에도 직구를 고집하다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 스페인전에서 선발 5이닝 동안 7안타를 얻어맞고 4실점했다. 마이너리그 싱글A도 수준도 안되는 타자들에게 뭇매를 맞은 것이다.
당시에도 김선우는 비슷한 말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직구의 힘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타자들이 느끼기에는 공끝이 무뎌 보였나 보다.”
김선우는 개막 전 “한국 타자들의 선구안과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커트하는 능력은 메이저리그보다 뛰어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쳐 볼테면 쳐 봐라”는 식으로 직구만을 뿌려댔다.
벤치의 김경문 감독은 어떻게 봤을까. 김 감독은 “(김)선우가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는 말로 평가를 대신한 뒤 “직구만으로 살아남기는 힘들다.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넌트레이스는 시범경기가 아닌 ‘실전’이다. 이후에도 직구 위주의 볼배합을 가져갈지 김선우의 다음 등판이 주목된다.
광주=정회훈 기자 [hoony@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