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무소속 출마한 후보들이 많았던 18대 총선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9일 전국 1만 3246곳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3월 27일부터 지난 8일까지 진행된 공식 선거 운동 기간 각 당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역대 총선에 비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게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 두드러진 ‘3무(無) 현상’을 중심으로 보름 간의 치열했던 선거 운동을 결산했다.
①정책•이슈 실종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정당의 집안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돼 정책과 이슈를 유권자 관심에서 밀어낸 점이다. 정책과 이슈가 없는 탓에 수도권의 경우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이 역전되는 이상 현상이 속출했다. 특히 각 정당의 총선 공약이 뜸을 들이다가 후보 등록 직전에 발표된 데다 내용도 상당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선심성 ‘공약(空約)'으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선거 이슈도 ‘경제 안정론'과 ‘거여 견제론'이란 틀에 갇혀버린 채 별다른 쟁점이 부각되지 않았다. 야권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선거 쟁점으로 삼기 위해 공세를 펼쳤으나 여권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정몽준 후보(서울 동작을)의 ‘여기자 성 희롱’ 논란, 전여옥 후보(영등포갑)의 ‘노숙자 정리’ 발언,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방문’ 등도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의 ‘대통령 탄핵 역풍’이나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정도의 파괴력 있는 이슈로는 떠오르지 못했다.
또 북측이 개성공단 내 남측 직원들의 철수를 요구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는 등 ‘북한 변수'도 총선 이슈의 체감도를 높이지는 못했다.
②뒷걸음한 민주화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상향식 공천과 경선이 사라지면서 정당 민주화도 한걸음 후퇴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경우 제한적이나마 경선을 실시했으며,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상향식 공천을 실시해 정당 민주화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양당의 공천 과정에서 상향식 공천과 경선은 아예 자취를 감췄으며 대신 외부 공천 심사위원들의 하향식 공천이 대세를 이뤘다. 이처럼 양당의 공천이 당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상향식 공천이나 경선이 아닌 여론조사 결과에 좌우되면서 낙천자들의 반발과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는 등 심각한 공천 후유증을 낳았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주의가 다시 꿈틀거리는 양상도 보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통적인 ’아성'인 영남과 호남에 집중한 데다 자유선진당이 충청 지역의 ‘맹주'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영남의 상당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못했고, 한나라당도 호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영•호남의 지역주의는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③무소속 돌풍
이번 선거에서는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바람도 새로운 특징 중 하나다. 한나라당의 경우 영남권에서, 민주당도 ‘텃밭'인 호남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특정 이념이나 신조에 입각해 무소속 출마를 단행한 것이 아니라, 주로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서 공천이 배제된 데 대한 반발로 출마했으며 대부분 ‘당선하면 복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공천 탈락에 반발한 잇단 무소속 출마와 바람몰이가 정당 정치 구현과 정치 선진화라는 점에 비춰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정책과 이슈가 사라진 틈을 ‘인물 마케팅'이란 새로운 트렌드가 메웠다는 점도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 갈등 속에 ‘박근혜 마케팅'이 기승을 부려 역대 선거 사상 최초로 정당명에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내건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가 출현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신화섭 기자 [my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