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도 아니고 4인(人)도 아닌 ‘3인(人) 선발 로테이션’이 메이저리그에서 시도된 적이 있다.
1998년 처음으로 시험해본 ‘투수를 8번 타순에 배치하는 변칙 전법’을 지난 해 8월4일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루사(63) 감독은 야구의 상식을 깨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다.
무엇보다 1980년대 말인 오클랜드 감독 시절 불펜의 임무를 특화해 1이닝 마무리 시대를 연 것도 라루사 감독이다. 그는 1983년부터 동고동락하고 있는 데이브 던컨 투수코치와 힘을 합쳐 당시 선발투수로는 생명이 끝난 데니스 엑커슬리를 사실상 최초의 현대 야구 개념의 클로저(closer)로 탄생시켰다.
현재 샌디에이고 구단 사장으로 1987년 엑커슬리를 선발 투수로 영입했던 당시 오클랜드 단장 샌디 앨더슨은 “그를 선발 로테이션에 끼워 넣으라고 계속 압력을 넣었으나 라루사는 듣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활용해 결국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회상했다.
라루사 감독은 1984년 왼손으로 던지는 1루수 마이크 스콰이어스를 13경기에나 3루수로 기용한 적이 있다.
3루수 자리는 좌투(左投)의 야수인 경우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고 있어 수비할 때 대부분 역모션으로 타구를 잡아야 하고 송구에서도 불리해 우투(右投)가 상식이다.
그는 항상 라인업의 중심에 포진하던 포수 칼톤 피스크를 진루타를 쳐야 하는 2번으로 올려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라루사 감독이 오클랜드에서 ‘3인 선발로테이션’을 실시한 때는 1993년이다. 팀 당 162게임 페넌트레이스에서 한시적이라고 해도 3명으로 선발 투수진을 운용한다는 것은 발상 자체가 파격적이다 못해 돌연변이 수준이었다.
그러나 라루사는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들이 절대부족하자 데이브 던컨 투수코치와 협의해 이론은 물론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3인 선발 로테이션을 시작했다. 투구 수를 60개 이하로 제한하는 원칙을 지키며 3명의 선발 투수로 페넌트레이스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3인 선발로테이션은 겨우 6게임에서 끝났다. 무엇보다 투수들의 반발이 대단했다. 60개의 투구로는 선발 투수의 승리 요건인 5이닝을 마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는 승리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초반에 실점할 경우 패전과 직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검증되지 않은 34세의 토니 라루사를 197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감독으로 전격 발탁한 인물은 롤랜드 헤몬드 단장이었다. 그는 라루사를 평가하면서 “현명하면서도 창조적이었고 과감했다. 야구 역사를 지배해온 일반적인 관념과 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루사가 존경하던 감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볼티모어를 거친 폴 리처드였다. 그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혁신주의자로 불렸다. 라루사는 “폴 리처드 감독은 내게 ‘감독으로서 옳다고 믿는 바를 하라고 구단에서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다. 결과가 무서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감독 자격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충고했다”고 밝혔다.
하던 대로, 혹은 하라는 대로, 기존의 방식 모두를 써봤는데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평과 책임 전가를 하는 지도자는 스스로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감독의 중요 덕목에는 창조적 도전 의식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