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이하 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올시즌 첫승을 따낸 박찬호는 뜻 밖의 말을 했다.
그는 "팬들이 보내준 메일을 읽다가 한 팬으로부터 내 투구 폼이 달라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투구를 했을 때는 던지는 오른 팔이 높았는데 최근 구원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옆으로 처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경기 전 몸을 풀면서 팔을 높이 든다는 생각을 했고 연장 11회 마운드에 올랐을 때도 그렇게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전날 박찬호의 구원 역투 승리를 발판으로 LA 다저스가 올시즌 3번째 2연승을 달린 27일 콜로라도전 후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_어깨에 아이싱을 하고 있는데 어제 3이닝을 던지고도 오늘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했는가."아니다. 어깨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이틀을 걸치며 밤 12시30분에 투구를 한 것도 처음이다. 승리를 한 후의 기분은."맞다. 선발 투수였기 때문에 그렇게 늦게 마운드에 있었던 기억이 없다. 막상 던질 때는 경기에 집중했기 때문에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1시30분이 넘어 집으로 운전을 해가다 보니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1승을 추가하는 과정이 힘들었다."사실 지난 해에는 내가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할 수 있을까 회의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니까 좋은 일이 생긴 것 같다.
-어제 13회에 시속 151㎞(94마일) 패스트볼이 나왔다."스캇 프록터가 몸을 풀고 있어서 나는 그 다음에 나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내가 나가게 됐다. 불펜에서 대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연습 투구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던질 수록 더 스피드가 나게 된다. 특히 투구가 나았던 이유는 팬이 지적해준 점을 의식해서 던진 덕택이기도 하다.
-팔이 처지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구원에 나서다 보니 한 타자를 잡아내기 위해 이것 저것 다 해보게 된다. 슬라이더, 커터 등을 구사하면서 내려가게 된 것 같다. 그런데 팬의 메일을 보고 나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 꽂는 느낌을 가지고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를 던진 것이 좋았다. 아무래도 팔이 처지면 옆에서 나와 미는 감이 있는데 위에서 아래로 투구하니까 팔 스윙 스피드도 빨라지는 기분이었다.
-지난 한 주에 3이닝 투구 세이브와 3이닝 투구 승리를 올렸다.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2차례 3이닝을 던진 것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불펜 사정상 내가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저스타디움=장윤호 특파원 [changyh@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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