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MBA를 공부하던 시절 '아베크롬비'가 참 좋았습니다. 인생의 황금기라는 20대들을 완전히 사로잡는 '아베크롬비'를 보면서 '나도 저런 브랜드를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한국 패션 산업이 작지 않은 규모지만 글로벌 시장에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국제적인 브랜드가 아직 없지 않습니까."
올해 초 '뉴 럭셔리 빈티지 캐주얼' 브랜드를 론칭한 '에이든'의 임대희(39) 사장은 의욕이 넘쳤다. 올해 초 '에이든'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임대희 사장이 나타났을 때 다소 의아해 하던 시장 반응에도 개의치 않았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의 침체로 인해 전세계의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잇따라 직진출해오는 악조건이어서 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SNH 설립 8년만에 시가총액 1000억원
"사업하는 사람이 점쟁이도 아니고, 언제 시작하든 리스크는 있게 마련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려움을 깨쳐가는 것은 어차피 CEO의 숙명이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만 1990년대 후반 IMF때 무채색의 패션이 유행했던 것처럼 미국경제가 좋지 않고 '실용'을 표방하는 MB정부의 출범과 함께 실용적인 패션이 득세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에이든'의 지향점이 럭셔리 빈지티 패션이거든요."
임대희 사장은 패션업계에 막 뛰어든 초보 사장이지만 이미 경력 8년의 내공을 쌓은 중견 CEO다. 지난 2000년 다국적통신장비업체들의 독무대이던 국내 통신장비시장에 뛰어들어 2001년 WDM(파장분할다중화) 장비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발판으로 2005년 게임업체 위자드소프트를 인수해 '에스앤에이치(SNH)'로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시가총액만 1000억 원대이고 4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30%대를 기록할 정도의 알짜배기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에이든'을 오픈한 것은 '에스엔에이치'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자금 여력을 확보해서다.
▶직접 옷 코디해 입는 멋쟁이
사장으로는 패션업계 초보이지만 패션은 그가 어릴 때부터 꼭 진출해 보고 싶었던 아이템이다. 중학교 때부터 막연히 패션이 좋았고, 미국 유학 시절을 거치면서 더욱 안목을 넓혔다. 지금도 임대희 사장은 직접 옷을 코디해서 입는다.
해외 출장을 나가면 젊은이들의 거리에 나가 꼭 최신 아이템들을 직접 골라 디자이너들에게 참고하라고 건네준다. 요즘은 아무래도 막 시작한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에이든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은데, SNH와 에이든에 출근하는 날 각기 다른 컨셉으로 코디를 한다.
임대희 사장이 직접 지은 '에이든'은 임대희 사장이 지향하는 패션사업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사전적으로 동굴, 자신만의 공간을 의미하는 덴(den)에 최고를 뜻하는 A는 '이 세상 어느 누구와도 다른 독특한 스타일에 편안한 느낌을 주는 패션 브랜드'를 지향하는 뜻을 담고 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화폐단위인 아덴(aden)과도 같아 젊은 사람과 소통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주요 타겟 층은 21~25세의 젊은이들이고 서브 에이지는 19~33세로 삼고 있다.
론칭 초기 단계인 현재는 플래그숍인 명동의 직영점을 비롯해 9곳에 매장을 오픈했으며, 올해까지는 30개를 목표로 삼고 있다. 백화점이 15개, 직영점이 5개, 가두점 10개 정도로 비율을 조절할 예정이다. 현재 드라마 '온에어' '누구세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등에 일부 협찬을 하고 있다.
▶공중파 CF, 드라마 협찬
아직 인지도가 낮아 애초 목표했던 것보다 매장 확대가 더디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공경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벌일 예정이다. 8월 말부터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 대대적인 CF를 방영할 예정이고, 그에 앞서 6월께는 본격적인 드라마 협찬을 개시한다. 대규모 문화 마케팅도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제44회 백상예술대상에 협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0대에 1000억 원대의 기업을 자수성가로 이룬 그에게도 아픔이 있다. IT 거품이 꺼져가던 2000년대초 창업한 그는 거품 붕괴와 함께 2001년 고전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지 않는 우직함으로 결국 광전송장비 국산화를 이뤘고, 2002년부터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큰 집이 지방에서 시내버스 운송업을 했는데 잘 사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중학교 때부터 막연히 내가 만든 제품을 전 세계에 파는 무역상을 꿈꿨죠. 무역상은 아니어도 제가 만든 제품을 파는 사업을 하고 있어 반은 성공한 셈이지만 세계 시장에 번듯하게 내놓을 수 있는 패션 브랜드를 꼭 만들겠습니다."
임대희 사장은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스타일이다.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꾸로 가장 싫어하는 직원은 팀워크를 해치는 직원이다. 때문에 그는 실수는 용인하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직원은 용서하지 않는다. SNH가 자리를 잡은 뒤에는 매해 연말 직원 전부를 부부동반해 해외여행을 같이 갈 정도로 화끈한 기분파이기도 하다. '에이든'이 론칭 초기라 직원들이 모두 정신없이 바쁘지만 얼마전에는 모처럼 짬을 내 모두 영화관람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해 내년 300억, 2010년엔 500억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물론 매출보다는 브랜드 아이덴디티를 확실하게 자리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면 통상 생존을 위한, 또 기업을 위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마인드로는 진정한 브랜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철저히 고객과 호흡하며 소비자를 포용하고 아우르는 브랜드를 만들겠습니다."
임대희 사장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중공업, 사회간접자본, 굴뚝 산업 등 앞으로 10년 후까지 5개 정도의 내실있는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올해는 패션 시장에 '에이든'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리면 만족입니다. 사업을 시작하던 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으면 무엇이든 안될 것이 없습니다. 요즘 저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고민은 '20대들에게 어떻게 어필할까'입니다. 고민하면 답이 있습니다."
임대희 사장은?
▶1969년 충남 금산 출생 ▶1991년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1993년 코오롱상사 ▶1993년 쌍용투자증권 ▶1997년 미국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경영대학원 졸업 ▶1997년 IDS 컨설팅 ▶2000년 에스엔에이치 설립, 현 대표이사 ▶2007년 에이든 설립, 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