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애가라를 먼저 보고 이과수 폭포를 본다면 당신은 행운아’라고 했다던가. 그 규모와 감동의 진폭이 다름을 이를 터. 같은 맥락으로, 필리핀 팔라완·보라카이·세부를 먼저 보고 보홀섬을 간다면 당신은 진짜 행운아라고 말하겠다.
7천여개를 거느린 섬 공화국 필리핀서 10번째로 큰 섬이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진주. 초콜릿힐·왕눈이 원숭이·돌고래쇼…때묻지 않은 자연의 신비와 고즈넉한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황홀경의 섬이 바로 보홀이다.
■황홀 1경-보홀의 오름, 초콜릿 힐 보홀 지역 관광 안내서 제1과 제1장에 등장하는 명소가 초콜릿 힐이다. 경주 고분과 제주 오름을 빼닮은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섬 중앙 대평원을 에워싼 채 수없이 솟아나 장관을 연출한다. 초콜릿힐은 12월에서 5월까지 건기 때 녹색의 풀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데, 그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과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그 수가 무려 1200여개에 달한다고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해발 550m로 규모가 가장 큰 초콜릿 힐 전망대서 사방의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상까진 계단만 214개. 원래 212개였다 2월14일 밸런타인 데이에 맞춰 2개의 계단을 더 놓았다고 한다. 초콜릿힐 탄생 전설에는 짝사랑하던 여인을 잃은 '아로고'라는 거인의 눈물이 쌓여 언덕으로 변한 것이라고 전해오지만, 실은 산호초 퇴적물의 융기와 부식,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랜 세월이 빚은 자연의 작품인 셈이다.
■황홀 2경-세계서 제일 작은 원숭이 보홀섬을 대표하는 또하나의 명물이 타르시어 원숭이다. 몸길이가 고작 10㎝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인데 눈이 몸의 3분의 1을 차지해 일명 '안경 원숭이'로 불린다. 눈앞 직선으로만 볼 수 있어 머리를 좌우로 180도까지 움직이며 주위의 위험에 대비한다. 앙증맞은 생김새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타르시어는 낮엔 죽은듯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밤에 메뚜기 등을 사냥하는 야행성. 서식지를 강제로 옮기면 스트레스로 자살해 보홀 내에서만 구경할 수 있다.
11∼3월 사이 짝짓기를 한 다음 6개월 임신기간을 거쳐 한 마리 새끼만 낳기 때문에 종종 번식에 한계가 따르는데다 집고양이들에게 잡아먹히는 수난에 지금은 보호구역내 10마리를 포함해 1000마리 정도가 생존해 있다.
■황홀 3경-코발트 바다위 돌고래 쇼 보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다 투어다. 돌고래 묘기를 보기 위해선 새벽에 나서야 한다. 아침 6~8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 돌고래들의 천국 파밀라칸섬 인근까지는 팡라오섬에서 필리핀 전통 배인 방카를 타고 40분 정도 나아가야 한다.
파밀라칸 섬이 눈에 잡힐 즈음, 갑자기 수백마리의 돌고래들이 경주하듯 끼리끼리 무리지어 솟구쳤다 사라진다. 뱃머리를 두드리면 장단에 맞춰 온갖 재주를 다 부린다. 심심찮게 돌핀쇼도 볼 수 있다. 어린 것들은 배가 가까이 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서거니뒤서거니 경주한다. 여기저기서 "와~" 함성이 그칠 줄 모른다. 특히 어린이들에겐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바다위 군무가 끝나면 파밀라칸 섬 어류보호지역서 즐기는 바닷속 산책도 또다른 볼거리다. 온갖 열대어와 형형색색의 산호군락이 이방인의 눈길을 유혹한다.
■그 밖의 명소 '보홀의 아마존' 로복강에선 일인 악사의 팝송 메들리를 들으며 느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필리핀서 가장 오래된 석조 교회건물 중 하나인 바클레욘 성당, 스페인 총독과 보홀 족장이 피를 나눠 마셨다는 혈맹기념비, 필리핀 토종소 카라바오 타기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가는 길 필리핀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세부까지 수·목·토·일요일 주 4회 운항(4시간)한다. 세부에서 보홀까지는 페리(1시간40분 소요)를 이용하면 된다. 필리핀 화페 페소는 원화에 20을 곱하면 계산이 편리하다. 소액권을 많이 환전해 가야 여러모로 유용하다.알로나 팜 비치 등 5성급 리조트 3개 뿐만 아니라 3·4성급들도 많다.
필리핀 여행 전문 온필(www.onfill.com)은 마닐라·보홀 패키지 투어(마닐라-보홀 항공 포함)를 89만원(4일)과 96만원(5일)에 판매 중이다. 왕복항공권, 호텔(조식 포함), 초콜릿힐, 안경원숭이 등이 포함된 보홀 데이투어와 파밀리칸 돌고래 관람, 호핑, 가이드 및 기사팁, 현지 공항세가 포함돼 있다. 세부를 경유해 보홀로 가는 패키지는 왕복 배편을 포함해 85만원부터. 1544-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