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고래 한빛 삼킨 T3, 대형 M&A쇼 신호탄?
한국 게임계의 맏형격인 상장사 한빛소프트를 전격 인수한 게임 개발사 T3를 놓고 ‘고래를 삼킨 새우’라고 한다.
이 말은 반쪽만 맞는 말이다. 매출액을 보면 지난해 T3는 317억원, 한빛은 662억원이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T3는 영업이익만 191억을 기록한 반면 한빛은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들의 명암을 가른 건 역시 게임이다. T3는 2005년 ‘오디션’을 만들었지만 서비스하던 엠파스가 게임 부분을 정리하자 이 게임을 들고 엔씨소프트·엠게임 등을 찾았지만 거절 당했다. 결국 이 게임을 잡은 퍼블리싱사 이모션(현 예당온라인)은 웃었고, 엔씨소프트 등은 땅을 쳤다. 거절했던 당사자들은 뒤늦게 댄스게임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도 아이러니하다.
오디션은 중국에서 무려 70만명 동접자를 기록하며 수년째 중국 캐주얼 게임 1위를 달리는 등 국내외서 연 600억을 번다. 개발사인 T3는 그 중 50% 이상을 가져오며 ‘알짜 중의 알짜’회사로 컸다. 한빛은 100억원 가까이를 투자한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실패에다 최근 스타크래프트 개발자 빌 로퍼와 만든 ‘헬게이트 런던’도 부진한 것이 결정타였다.
T3가 한빛소프트 김영만 회장과 박춘구 이사 등 최대주주 지분 25.46%에 지불한 돈은 총 305억 6100만원이다. 이 돈은 T3의 지주사인 G10에서 나왔다. G10 주식의 10%를 중국 게임사 더나인에 판돈이 400억원이니, T3는 주가총액만해도 4000억원이 되는 대형 회사인 셈이다. G10의 김종우 상무는 모건 스탠리 출신의 IR 전문가로 8개월 전 입사, 현재도 G10의 나스닥 상장을 주도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번 인수가 웹젠 등 그동안 소문에 시달린 한국 게임사들의 대형 M&A의 시발점으로 점치고 있다. 잘 키운 댄스 게임 하나가 한국 게임의 자존심이라던 한빛소프트를 삼켰다. 앞으로 또 어떤 ‘인수쇼’가 기다리고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명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