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형 세단 로체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로체 이노베이션’을 출시한 기아차는 품질과 디자인에 자신감을 앞세워 최근 연령층을 초월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종격투기 스타 추성훈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한편 지난 주말에는 동급 수입차와의 비교시승회를 가졌다.
이는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에 국내 중형차 시장을 거의 대부분 내준 채 10% 미만의 점유율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을 극복, 현대차와 당당히 경쟁했던 ‘옛 영화’를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재 배기량 2000㏄급 중형차는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의 점유율에 따라 업계의 순위가 바뀔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아차는 지난 10년 동안 옵티마·로체 등을 출시했지만 이렇다 할 호응을 얻지 못했다. 특히 로체의 경우 가벼운 차체와 높은 출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가속력과 핸들링을 보였음에도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데다 디자인도 어딘가 엉성해 ‘커 보이면서도 세련된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말았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보인 모델이 로체 이노베이션이다. 우선 차체를 55㎜나 키워 동급 승용차와 균형을 맞췄다. 자동차에서 55㎜면 한 차급을 넘나드는 크기다. 그리고 디자인이 눈에 띈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일체화해 역동적이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주고 있다.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이전 모델에 비해 당당해 보인다.
여기에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 등 ‘국내 최초’ 또는 ‘중형 최초’라는 수식어를 동반한 최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새로운 모델이라는 기아차의 주장이 어느 정도 동의를 얻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아차는 먼저 ‘로체 이노베이션 알리기’를 위해 추성훈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비운의 유도스타’로 불렸던 추성훈은 유도선수에서 이종격투기 선수로, 그리고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진출하는 등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끊임없이 자기 변화를 시도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한편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추성훈이 로체 이노베이션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위촉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차량의 성능을 증명하기 위해 기아차는 로체 이노베이션 2.4를 이용, 제주특별자치도 경마공원에서 중앙일간지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 동급의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의 비교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실제 지그재그로 달리는 슬랄롬, 직선 주로에서의 가속력, 제동력, 급커브에서의 조향 능력 등 다양한 시험을 통해 비교한 결과 전혀 손색없는 성능을 보였다. 어느 부분에서는 오히려 이들 수입차를 능가하는 능력을 보여 이전 모델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그 동안 중형차 시장에서 마이너리티였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로체 이노베이션이라면 메이저로 올라서는데 전혀 문제 없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로체 이노베이션의 변화는 혁신적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중형차 부문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