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오뚝이 김영식.” 탤런트 이순재는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을 그렇게 부른다. 파산에서 재기, 사옥까지 짓는 과정을 길지 않은 순간에 지켜봤다. 김 회장의 열정에 감화를 받아 공짜 모델이 됐다. 오뚝이 인생의 비결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남들보다 빨리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엎어진 곳에서 다시 일어서다
천호식품은 1994년 ‘달팽이엑기스’로 부산에서 현금보유 100대 기업에 들었다. 찜질방·건설 등 비전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다가 1998년에 망했다.
김 회장은 재산이라고 하나 남은 결혼반지 팔아 ‘본업’인 건강보조식품 ‘강화사자발쑥진액’에 뛰어들었다. 쑥색 와이셔츠를 입고, 쑥색 타이를 메고, ‘쑥 노래’를 부르며 혼자서 미친 듯이 지하철·식당을 돌며 전단지를 돌렸다. 첫 달 1100만원이던 매출이 2년 만에 매출이 100배를 넘었다.
명함은 그의 분신이다. 명함 뒷면 위쪽에는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 옆에 ‘대한민국 부자 만들기’라는 문구를, 가운데는 큼지막하게 ‘생각하면 행동으로! 지금! 당장! 즉시!’, 이름 앞에는 ‘뚝심대장’을 새겼다. 2000년 12월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취임선물로 산수유 5통(3~4개월 복용 분량)을 보냈다. 2개월 후 답장이 왔다. 부시 부부 서명이 든 원문을 신문 광고에 냈다. 빚 다 갚고 서울 역삼동 사옥을 마련했다. 통마늘진액도 ‘마시는 마늘 음료는 왜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개발했다. 올해 목표는 일본시장 정복이다. 휴대폰 초기 화면에 박아뒀다.
직원은 사업 파트너다. 김 회장은 ‘작지만 풍요로운 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호텔급 기숙사 부지를 물색 중에 있고, 출산 장려금도 준다. ‘판매 달인’이 직원에게 하는 주문은 “10미터만 더 뛰어봐” 한 마디다. 매출을 매월 10% 올려 잡는다. 100미터 뛰는 사람에게 200미터를 뛰라고 하면 좌절한다. ‘10미터만 더 뛰어봐!’는 그가 운영하는 ‘뚝심카페’ 회원들의 요청으로 최근 펴낸 책(중앙북스 발행) 제목이기도 하다. 내용은 ‘인생역전 처방전’으로 꾸몄다. 쇄도하는 강의 요청을 줄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의 모든 것을 담았다.
▲최고 품질을 최저 가격으로
김 회장의 판매전략은 최고의 품질을 고객이 만족할 만한 가격에 파는 것이다. 대리점은 없다. 천호통마늘진액 60팩들이 한 박스 값은 2005년 8월 8일 첫 출시할 때 가격 그대로다. 마늘 1㎏당 수매가는 70% 넘게 올랐다. 그는 “통마늘진액은 매출의 40%이상이다. 큰 떡에 콩고물이 많이 떨어진다. 콩고물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호통마늘진액·산수유 등은 재구매율이 70%다. 효과 없으면 누가 또 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강화사자발쑥은 잎 모양이 사자발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쑥 중에서 최고의 약성분을 지녀, 값이 일반 쑥의 열 배다. 통마늘진액에는 마늘 냄새가 없다. 초음파로 마늘조직을 완전히 분해시키고, 60도 진공농축 과정에서 수분과 함께 냄새를 날려보낸다. 매운맛 때문에 몰랐던 마늘 속에 숨은 당도 36%를 찾았다. 비타민 B1의 함량은 실제 마늘보다 높게 나왔다.
환을 만드는 것도 찹쌀가루 등을 섞는 방법과 다르다. 산수유 씨를 뽑아내고 과육만을 초음파로 추출한다. 이 추출액을 진공 농축한다. 끈적끈적한 농축액을 건조하여 만든다. 산수유의 강정효과를 갑절 살렸다는 평가다.
마케팅의 완결판은 소비자의 마음까지 통째로 사는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월드컵 4강기원, 천호통마늘’이 적힌 깃발을 자전거에 꽂고 통마늘진액을 마시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520㎞를 완주했다.
애장품은 부도에 몰린 1998년 설날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오뚝이’다. 사무실에 모셔놓았다.
천호식품은?
1984년 설립, 24년간 전통을 지닌 건강식품전문 회사다. 산수유환·매실환·사과진액·자색고구마진액 등 15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해매출 500억 원 돌파.